맛집5

해산물 우린 육수 담백함에 감칠맛 더해
항아리 닮은 깊은맛, 소박한 모습과 조화
파전과 함께 곁들이는 막걸리 한잔 '시원'
불볕더위 '이열치열' 점심·저녁손님 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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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반죽을 그냥 손으로 툭툭 끊어 넣어 끓인 수제비는 6·25전쟁 통에 폐허가 된 땅에서 주린 배를 채워주던 서민의 애환이 담긴 음식이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그 힘겨웠던 시절을 보낸 어르신들 중에는 수제비라면 아직도 고개를 젓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지겨울 정도로 먹었을 테니 말이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 이 음식은 풍요의 시대인 오늘날 입맛을 돋우는 별미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가격이 저렴해 수제비를 파는 음식점이 동네마다 있을 정도로 흔하지만 진정한 맛집 찾기는 쉽지 않다.

양주시 백석읍 부흥로 오산삼거리에서 대모산성 방향으로 가는 입구에 자리한 '인사동 항아리 해물 수제비'는 수제비 애호가들 사이에서 '재야의 고수'라고 불릴 만큼 숨은 맛집으로 유명하다.

서울 종로 인사동은 그동안 수제비를 대접에 담아 내오던 방식을 깨고 항아리에 담아 음식의 격을 바꾼 항아리 수제비의 원조로 알려져 있다. 이 집의 수제비는 그 인사동 항아리 수제비의 맛을 옮겨왔다고 할 수 있다.

항아리에 담긴 수제비는 다소 소박해 보이지만 그 맛은 항아리를 닮아 묵직하고 깊다.

조개와 굴 등 해물로 푹 우려낸 육수는 담백한 수제비에 감칠맛을 불어넣어 묘한 조화를 이뤄낸다. 육수 속에 큼직큼직하게 담긴 감자는 수제비에 구수함까지 더해준다. 인사동 원조 항아리 수제비 맛을 아는 사람들도 이 집을 찾는다고 한다.

이들은 "비슷하지만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색다른 느낌을 준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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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에서는 칼국수도 인기 메뉴인데 육수의 기본은 거의 다르지 않아 각자 기호의 차이 정도다.

그래서 칼국수와 수제비를 반반 섞은 메뉴가 가장 잘 나간다고 한다. '이열치열' 때문인지 한낮 기온이 38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 속에서도 점심시간이면 식당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이 집에서 수제비를 더 맛있게 즐기는 법이 있는데, 맛이 조금 심심하다고 느껴지면 고추를 간장에 삭힌 소스를 살짝 곁들이면 칼칼한 맛까지 추가할 수 있다.

저녁에는 이 집만의 막걸리에 구수한 파전을 즐기려는 손님이 줄을 잇는다. 또 주말이면 인근에서 등산객들이 자주 찾는다고 한다.

칼국수와 수제비는 1인분에 7천원이며 쪽파가 듬뿍 든 파전은 1만2천원이다.(031-879-5654).

양주/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