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 '인계박스' 등 유흥주점 취업
월 100시간 못채우면 출국비 안줘
"법적보호 사각, 불법체류 두려움"
러시아 여성들이 무비자로 한국에 들어와 유흥주점 등에서 일하며 성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30일 경인일보 취재 결과 수원 인계동의 일명 '인계박스' 안에만 러시아 여성이 접대부로 나오는 유흥주점(이하 러시아클럽)이 총 3곳이나 있다. 또 최근 화성 병점역 인근에도 2곳이 신규 개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클럽 1곳당 최소 6명에서 20여명의 20~30대 러시아 등 동유럽 여성들이 '일(?)'을 하고 있다. 여성들의 도움을 더한 주대(마른안주, 맥주 5병+a)는 2시간에 17만원이다. 이중 2만원이 여성들에게 주어진다.
기본급은 100만원이다. 월 100시간을 채우면 기본급을 받고 돌아가는 항공권 등 출국 수속 비용을 업주가 부담하지만, 채우지 못하면 러시아로 돌아가는 비용 전액을 여성이 부담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는 "한달에 딱 1번 쉴 수 있고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주점에서 대기하면서 손님을 기다린다"며 "주점 1곳당 많으면 한 달에 8천만원을 버는데, 아가씨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100만원 안팎"이라고 했다.
팁 1만~2만원을 받고 남성들의 부적절한 접촉을 참고 견디고 있다는 전언도 있다.
인계동의 한 업소에서 일하는 L(19)양은 "아버지가 어릴 때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와 함께 사는데, 학비를 마련하고 모델이 되고 싶어서 한국에 왔다"며 "나쁜 한국 남자(bad man)들이 손을 휘두를 때마다 매우 화가 난다"고 말했다.
업주들은 러시아 여성을 몽골·러시아 등 현지 국적 브로커를 통해 입국시키는 것으로 전해졌다.
입국 희망자들에게 사진과 신체 사이즈 등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위챗 등으로 받은 뒤 업주가 고용 의사를 표시하고 브로커에게 1인당 200만원씩 지급하면 모스크바 하바롭스크, 소치 등 국제공항을 통해 우리나라로 오게 된다.
경기도의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과거 한국 여성들이 호주나 일본 등으로 가서 돈을 벌었던 형태와 유사하게 러시아 등 외국 여성들이 한국에 입국하고 있다"며 "어떤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고 불법체류 신분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시달리다 돈도 못 벌고 돌아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