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규모 사육 불가 '소 무게 늘리기'
한일농가, 미·중대비 경영費 2배↑
韓, 마리당 소득 미국보다 7배 높아
"장기적으로 경쟁력 갉아먹는 것"
한국과 일본은 전 세계적으로 근내 지방도, 이른바 소고기의 '마블링'을 선호하는 국가로 손꼽힌다.
유독 한국과 일본이 이런 성향을 띠게 된 것은 좁은 국토에서 소를 사육하는 환경과 연관이 있다.
대량 생산이 가능한 수입산 소고기와 경쟁하려다보니 개체 하나하나의 소고기 품질을 높이는 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지방질로 등급을 평가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 육우 농가의 경영 비용은 미국, 중국과 비교해 2배 이상 높다. → 그래픽 참조
1마리 소를 기르는데 한국 농가는 534만5천원이 소요된 반면, 미국은 170만9천원·중국은 113만7천원으로 한국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런 상황은 일본도 비슷하다.
일본의 육우농가의 마리당 경영비용은 830만5천원으로 한국보다도 50%나 높은 수치를 보였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 중국과 비교해 국토가 좁아 대규모 사육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경영 비용이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경영비용이 높고 대량 생산이 불가능한 한국과 일본은 소의 무게를 늘리는 식으로 수입산 소고기에 대응하고 있다.
한국 농가의 소 생체중량(판매 시 소의 무게)은 718㎏으로 미국(590㎏)과 중국(397㎏)보다 높았다. 일본(756㎏)은 한국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이처럼 한국의 농가는 마리당 소득을 높게 취하는 형태다. 한국 농가가 경영 비용을 빼고 거두는 마리당 소득은 59만1천원 수준으로 미국(8만1천원)의 7배를 웃돌았다.
도내 한 한우농가 농장주는 "kg당 3등급은 1만원, 2등급은 1만5천원, 1등급은 1만7천원 정도 한다"면서 "흔히 말하는 원플러스(+) 등급은 1만7천원, 투플러스(++)등급은 2만원으로 가격이 뛰기 때문에 농가 입장에선 등급을 잘 받도록, 지방이 많이 끼도록 사육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NH농협은행 농식품금융부 관계자는 "일본은 고급 소고기를 생산하는 것을 외국산 소고기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삼았다. 마블링으로 소고기 등급을 결정하는 방식도 이런 배경에서 도입된 것"이라면서 "1990년대 우루과이 라운드(다자간 무역협정)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수입 소고기가 들어오기 시작하자, 한국은 일본을 벤치마킹했다. 소고기 고급화를 생존 전략으로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우를 지키고 농가를 지키기 위해 이런 방식이 도입된 것이지만, 위생적인 현대화 시설을 도입한 양돈과 마리당 사육 면적을 넓힌 양계와 비교했을 때 살 찌우기에만 골몰한 한우 농가는 발전이 느린 편"이라면서 "행복하게 자란 동물을 섭취할 때, 인간도 행복할 수 있다는 '동물복지' 측면에서 한우 농가도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지금처럼 한 마리 한 마리에 집착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한우 농가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