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 취재를 담당하는 한 기자에게 '현장에서 취재할 때 구기 중 어느 종목이 가장 재밌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정확히는 'TV를 통해 경기를 관람하는 것과 실제로 경기장에서 느끼는 재미를 비교할 때, 재미의 격차가 가장 큰 종목이 무엇이냐'는 게 질문의 요지였다. 당연히 축구나 야구 같은 인기 종목을 꼽으리라는 예상과 달리, 돌아온 대답은 '배구'였다. 리시브에서부터 스파이크에 이르기까지 공의 움직임에 대한 몰입도가 TV로 시청할 때와는 비교가 안된다는 설명이었다. 물론 개인적인 견해이기 때문에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받고, 때리고, 막는' 과정의 연속인 경기 특성으로 볼 때 상당 부분 공감이 갔다.
이처럼 박진감 넘치는 배구의 매력에 이끌려 많은 이들이 코트를 찾는다. 인천만 해도 배구동호회 수가 4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생활체육 동호인들 사이에서 아쉬움 또한 많은 스포츠가 배구이기도 하다. V리그를 비롯해 국제대회는 6인제로 치러지지만 거의 모든 국내 아마추어 배구대회는 9인제 배구를 채택하고 있다. 신장이 작은 아시아인에게 적합하고 6인제보다 규칙도 단순해 생활체육에 적합하다는 게 9인제 배구의 장점이다. 반면 많은 인원이 경기에 투입되다 보니 경기 중에 한 번도 공을 만져보지 못한 플레이어가 나오기도 하고, 동호회 규모에 따라서는 시합을 앞두고 팀을 꾸리는 것조차 벅찰 때도 있다. 9인제 배구의 '옥에 티'인 셈이다. 달리 표현하면 생활체육 활성화를 가로막는 진입장벽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진입장벽을 확 낮춘 신개념의 배구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인천에서 갓 출범한 '4인제 배구'다. 인천시배구협회는 오는 16~17일 인천송림체육관 등에서 '전국생활체육 4인제 배구대회'를 연다. 지난해 초·중등부를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대회를 열었는데 올해 고등부와 교육대학부, 클럽 3부까지 대상을 확대했다고 한다. 주최측은 동호인들의 호응에 힘입어 내년에 별도의 '4인제 배구연맹'을 꾸릴 계획이다. 또 선수들이 많이 움직이며 유기적인 플레이를 해야 하는 만큼, 이에 특화된 전용 공을 개발하는 방안도 구상중이다.
'길거리'(?)에서 저변을 넓힌 3×3 농구의 경우,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국제적인 스포츠로 성장했다. 4인제 배구 또한 생활체육을 넘어 세계인의 스포츠로서, 새역사를 쓰기를 기대해 본다.
/임성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