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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가 있는 곳엔 수용소가 있다. 아우슈비츠. 폴란드명 오슈비엥침. 1940년 4월 27일 유대인 말살에 광분하던 힘러의 나치스 친위대가 첫 번째로 세운 강제수용소다. 처음엔 폴란드인, 독일인 그리고 소련군 포로들을 위한 수용시설이었지만, 이듬해 히틀러의 명령으로 막사, 교수대, 가스실, 소각장 등이 들어선 대량 학살 시설로 확대해 250만~400만명의 유대인이 살해됐다.

굴라크(Gulag). 스탈린의 구소련에서 노동수용소를 담당하는 기관의 명칭이었지만, 반체제 인사를 가두는 정치범 수용소로 불렸다. 정치범의 약 절반 이상이 별도의 재판 없이 이곳으로 끌려왔다. 세간에 알려진 건 1973년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 쓴 '수용소 군도'를 통해서였다. 시베리아의 극지에 있는 콜야마, 노릴스크, 보르쿠타 등 500여 개 수용소 집합체 아래 수천 개의 개별 수용소로 이뤄져 있다. 수용자들은 운하·댐·공장·광산 등의 건설에 강제 동원되었다.

북한의 15호 관리소도 빼놓을 수 없다. 일명 요덕 정치범 수용소. '완전통제구역'과 '혁명화구역'으로 나뉜 이곳에는 주체사상을 어기는 정치범들과 기독교 신자, 남한 방송 청취자 등 15만 명 이상이 감금돼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매년 수용인원의 5~10%가 기아와 고문으로 사망하고 있다.

최근 신장 위구르 강제수용소의 내부 비밀문건이 공개됐다. 그동안 중국 정부가 '직업훈련소'라고 줄기차게 주장해 온 곳이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공개한 3건의 문건을 보면 중국 정부가 2017년까지 3년간 탈출할 수 없는 구금시설에 신장 위구르 전체인구 10%인 100만명을 수용해 '인간개조'의 만행을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났다. 소수민족 말살이 목적이다. 물론 중국은 수용소의 존재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신장 위구르는 1949년 중국에 편입된 후에도 자신들을 '동투르키스탄'이라고 부르며 끊임없이 분리 독립을 요구해 왔다. 이때마다 중국정부의 무자비한 탄압이 따랐다. 수용자를 '학생'이라 부르며 이슬람 신앙과 위구르어 사용 포기를 강요하고 중국어와 사회주의 사상, 유교 문화를 주입하는 세뇌 교육을 실시했다. 반항하면 고문과 강간을 저질렀다. 실체가 드러난 이상 '21세기의 아우슈비츠'라 해도 중국정부는 할 말이 없게 됐다. 전 세계가 분노하고 있다. 신장 위구르 수용소는 인류의 수치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