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연출… 고른역할 분담
학교괴담·게임중독등 14편 완성
교사 "잊지 못할 추억·선물되길"

교실 책상 앞에 앉아서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것만 받아들여야 했던 아이들이 현장에서 각자 맡은 역할을 소화해내며 저마다 주인공이 됐다.
26~27일 영화공간주안과 학교 강당에서 열릴 예정인 '제5회 석남영화제'를 앞둔 인천석남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얘기다.
인천석남중학교 3학년 1반부터 8반까지 170여명의 학생은 기말고사와 내신 평가가 끝난 지난 11월 22일부터 최근까지 한 학급당 1~2편씩 영화를 만들었다.
석남영화제는 고입을 앞둔 3학년 학생들이 영화를 보거나 자율학습 등으로 시간을 보내는 일 없이 의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기획된 행사로 5년째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A·B팀으로 나눠 연출·시나리오·촬영·편집·연기·소품·포스터 제작까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가 역할을 맡았다.
카메라는 학생들의 손에 가장 익숙한 '스마트폰'을 사용했고 학교가 마련해준 삼각대, 마이크, 반사판 등의 장비가 투입됐다. 본격적인 촬영에 앞서 학교에서 섭외해준 전문 시나리오 작가를 통해 6시간의 수업을 들었고, 촬영과 편집 기술도 배웠다.
기획·제작·촬영·후반 작업까지 모든 역할을 학생이 하다 보니 영화에는 자신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학교 곳곳에 숨겨진 무서운 이야기와 전학 온 학생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삼각관계 로맨스, 이기적인 우등생이 친구들과 어울리게 된 이야기, 게임중독에 빠진 친구가 중독을 극복하는 이야기 등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14편이 완성됐다.
난생처음으로 영화를 만들어본 지난 4주 동안 겪은 우여곡절이 학생들에게는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이 됐다.
'그가 나타났다'의 촬영·감독·편집 등 1인 3역을 소화해낸 3학년 1반 류찬군은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꼈던 것이 가장 큰 경험인 것 같다"며 "촬영을 진행하면서 미리 계획해둔 '콘티'대로 촬영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친구들과 현장에서 의견을 나누고 계획을 바꿔서 무사히 촬영을 끝냈을 때의 성취감은 아무도 모를 거다"고 말했다.
'악몽'의 주연 배우로 출연한 3학년 4반 윤진석군은 "감독이 'OK'할 때까지 같은 대사와 동작을 몇 번이고 반복해야 하는 일이어서 무척 힘들었지만 완성된 작품을 보니 뿌듯했다. 또 같은 교실에서 1년을 같이 지냈어도 친해지지 못했던 친구들과 더 돈독해지고 더 많이 알게 된 경험도 소중하다"고 했다.
하미현 3학년 부장교사는 "중학교 3년을 마무리하는 이번 행사가 모든 학생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자 선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