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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25년 전 웨이하이(威海)에서 인천으로 오는 '황금가교'(골든브릿지)호의 기적 소리를 시작으로, 한중 간 새로운 우정의 항해가 시작됐다."

2015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 축사에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연설한 내용 일부분이다. 한중 수교보다 이른 시기에 한국과 중국의 바닷길을 이었던 한중카페리는 한중 교역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인천항과 웨이하이를 잇는 한중카페리는 한중 수교가 되기 2년 전인 1990년 9월부터 운항을 시작해 올해 30주년이 됐다. 하지만 올해 초 불어닥친 코로나19 여파로 한중카페리는 30년 역사 중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코로나19 여파로 한중카페리 승객 운항이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

여객 운송 중단으로 한중카페리 선사들이 현금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한중카페리 선사 직원들이 교대로 월차 휴가를 사용하면서 버텨내고 있다고 한다. 한 한중카페리 선사 관계자는 "'죽겠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며 "관광업 특성상 어쩔 수 없지만, 한중카페리는 내부적인 문제가 아닌 대외적인 문제 때문에 위기에 빠지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한중카페리 선사 관계자의 말처럼 한중카페리는 그동안 한국과 중국을 둘러싼 여러 대외 여건에 따라 승객의 증감이 반복됐다. 최근에는 2017년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여행을 금지하면서 승객이 절반 아래로 감소하는 사태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한중카페리업계는 이 같은 위기를 계기로 더욱 성장했다. 일례로 사드 여파를 극복한 지난해에는 오히려 예년보다 이용객 수가 더 늘었다. 이 기간 한중카페리는 더 큰 규모로 선박을 교체하거나 여러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관광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여파가 올해 3분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객 운항 중단 조치가 해제되더라도 승객이 곧바로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중카페리 선사는 사드 여파를 극복하면서 더 단단해졌던 것처럼 이번 어려움도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회로 만들 것이라 믿는다.

/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