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는 의붓아들 B(사망 당시 5세)군의 손과 발을 케이블 줄과 뜨개질용 털실로 묶고 때렸다. 집 안 화장실에 성인 크기의 대형 개와 함께 감금한 상태에서 수시로 때리기도 했다. 이날 결심 공판에서 A씨는 아동학대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살인의 고의성은 없었고, B군의 사망 가능성도 예견하지 못했다고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진 A씨의 재판은 꽤 시끄러웠다. A씨는 국선 변호인과 다퉜다며 재판을 미뤄달라고 요청하고, 마이크 사용 문제로 재판장과 맞서기도 했다. 검사와 재판을 방청하던 취재진에게 막말을 퍼붓기도 했다. 결심 공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구형 전 피고인 신문에서 A씨는 인천지검 백상준 검사의 질문에 계속 "듣지 않겠습니다"를 반복하며 검사의 말을 막았다. 재판장이 나서서 "검사는 질문할 수 있다"고 제지할 정도로 신경질적 반응을 보였다. 앞선 변호인의 질문에는 내내 울먹이며 대답한 모습과 정반대였다.
A씨는 최후 변론을 통해 "살인을 인정하게끔 하려면 제가 죽여야 할 목표나 계획을 확실히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또다시 살인의 고의성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A씨는 "첫째 아들이 제게 했던 첫말이 '아빠'였다"며 "지켜주고 싶었는데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고 평생 죄를 뉘우치고 사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서 백상준 검사는 A씨가 경찰 조사를 마치며 자필로 '조금이라도 선처를 바란다'고 썼다고 밝히며 "입으로만 하는 반성"이라고 지적했다.
자신을 처음 만난 어린 의붓아들이 "아빠"라고 불러줘 뭉클했다는 A씨. 그의 최후 변론을 '악어의 눈물'처럼 느낀 건 기자뿐이었을까.
/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