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충일 주간을 맞아 매년 국립대전현충원에서는 '롤 콜(roll call)'행사가 열린다. 유가족, 참배객 등이 전사자 4만5천여 명의 이름을 한 명씩 호명하는 행사로 보통 4일 이상이 소요된다. 이 행사는 2015년 6월25일 미국 워싱턴DC의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재단(KWVMF) 주관으로 6·25전쟁의 미군 전사자 이름을 일일이 부른 데서 착안했다. 당시 전사자 3만6천574명을 부르는데 꼬박 사흘이 걸렸다고 한다. 얼굴도 전혀 모르는 병사의 이름을 불렀을 뿐인데, 끓어오르는 슬픔을 못 이겨 참석자 모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어느 나라든 주변 국가의 끊임없는 침략에 맞서 조국을 지켜낸 영웅들이 있게 마련이다. 우리도 그렇다. 온갖 침략에 맞서 나라를 지킨, 별처럼 많은 영웅이 있었다. 그래서 국가와 사회, 국민들은 그들의 넋을 기릴 의무가 있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그러고 있는가. 더욱이 6·25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이다. 지금은 서로 무기를 내려놓고 잠시 중단한 정전 상태일 뿐이다. 공교롭게 올해는 6·25 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되는 해다. 그런데 너무도 조용하다.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까맣게 잊어버린 것인지 도무지 알 도리가 없다.
6월 6일을 현충일로 지정한 것은 1956년부터다. 처음엔 '현충 기념일'이었다. 24절기 중 9번째 절기인 '망종'에서 유래했다. 공교롭게 제1회 현충기념일이 그해 망종이었다. 이설(異說)도 있다. 고려의 현종 때 강감찬 장군이 거란의 3차 침입을 귀주에서 크게 물리친 후 전사한 군인들에 대한 제사를 6월 6일 지낸 데서 현충일이 유래됐다는 것이다. 현충일에 집집이 조기를 달고, 오전 10시 사이렌 소리에 맞춰 묵념을 올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것으로 내 할 일 다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6월은 '호국 보훈의 달'이기도 하다. 6월을 이렇게 기리는 것은 현충일, 6·25 전쟁, 1·2차 연평해전이 모두 이달에 몰려있어서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꾸만 잊어버리고, 낯설게 느껴지는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의 희생정신을 잊지 말자는 뜻에서 정했다. 내일은 현충일이다. 얼마 전 있었던 백선엽 장군 현충원 안장 논란 등 시간이 흐를수록 나라를 지켜 준 영웅들에 대한 우리의 마음이 점점 무뎌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이영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