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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가 울면 비가 온다'는 속담에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 개구리를 비롯한 양서류는 폐호흡 외에 피부호흡도 한다. 때문에 피부가 젖어있어야 공기 중의 산소를 받아들이기 쉽다. 그래서 날이 건조할 땐 물 속에 들어가 있지만 공기 중 수증기가 많아져 습도가 높으면 수면 밖으로 나와 운다. 정확히는 우는 게 아니라 피부가 촉촉하니 기분이 좋아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며칠 전 금개구리 한 마리가 경인일보의 1면 사진을 장식했다. 인천시 계양구 3기 신도시인 계양테크노밸리 사업 예정지에서 카메라 앵글에 잡혔다. 금개구리는 울음주머니가 없어 작은 소리밖에 낼 수 없다고 한다. 어쨌든 물웅덩이에서 휴식(?)을 취하던 그 금개구리가 울어서인지 장마가 시작됐다.

금개구리는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 있다. 별명은 '멍텅구리'다. "팔짝 팔짝 개구리됐네"라는 노래 가사가 말해주듯 개구리의 상징과도 같은 '점프력'이 다른 개구리에 한참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참개구리가 뛸 수 있는 150㎝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60㎝밖에 뛰지 못한다고 하니 개구리치곤 여간 굼뜬 게 아니다.

하지만 금개구리는 'K-POP'이나 'K-방역' 처럼 당당하게 이름앞에 'K'(Korea)가 붙은 대표적인 한국 고유종이다. 생물 종을 구분할 때 국제적으로 학명(學名)과 함께 널리 쓰이는 게 영명(英名)인데 금개구리의 영명은 'Korean Golden Frog'이다. 'K-개구리'인 셈이다. 맹꽁이(Boreal Digging Frog)나 두꺼비(Asiatic Toad) 보다 '정체성'(?)이 뚜렷하다고 할 수 있다.

이 금개구리가 지난 23일 토론회의 주인공이 됐다. 인천녹색연합이 금개구리를 '6월의 멸종위기야생생물'로 선정한 것을 계기로 열린 '양서류 서식지 보전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다. 어찌 보면 사람 건강 챙기기도 힘겨운 팬데믹 상황에 걸맞지 않는 토론회다. 하지만 오히려 이 시기에 가장 필요한 토론회일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파괴에서 비롯됐다. 양서류는 환경이 훼손되면 가장 먼저 그 영향이 나타나는 분류군이다. 토론회는 바로 인간에게 보내는 금개구리의 경고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계양테크노밸리 사업이 본격화하면 금개구리는 서식지를 잃게 된다. "금개구리는 지금껏 농부 곁에서 살아왔다"는 한 토론자의 말이 귓전을 맴돈다.

/임성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