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금을 얘기할 때 늘 등장하는 두 가지의 예화가 있다. 하나는 프랑스 루이 14세 때 재무담당 콜베르의 '증세기술론'이고, 또 하나는 제정러시아의 표트르 대제 치하의 그 유명한 '이득발안자(利得發案者)'이다. 소리소문없이 세금을 거둬들이는 기술, 이른바 '거위 깃털 뽑기'로 유명한 콜베르는 "과세의 기술은 거위가 비명을 덜 지르도록 하면서 최대한 많은 깃털을 뽑는 것"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박근혜정부 시절, 담뱃값 인상에 이어 주민세·자동차세 인상안이 발표되자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거위 깃털 뽑기'라고 칭해 크게 회자되기도 했다.
'이득발안자'는 정부가 세금을 거둬들이는 데 도움이 되도록 새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사람들이다. 요즘으로 치면 조세정책을 입안하는 관리쯤 될 것이다. 자신이 내놓은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정부로부터 큰 상금을 받거나 공무원으로 특채됐다. 표트르 대제 때 쿨바토프라는 농민의 '인지세' 아이디어가 채택되어 그는 일약 중앙정부의 공무원이 됐다. 이를 계기로 기상천외한 세금 안이 공모 됐다. 모자를 쓰는 데도, 빨래를 하는 데도 세금을 부과하고 심지어 수염을 기르는 데도 세금을 부과하자는 안이 쏟아지면서 '모자세' '세탁세' '수염세'가 생겼다.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른 전제군주 치하니까 가능한 얘기지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세목들이다. 하긴 멀리 갈 것도 없다. 조선 후기는 전정· 군정· 환정 등 이른바 '삼정(三政) 문란'이 극에 달했다. 빈 땅에 세금을 매기는 백지징세(白地徵稅), 어린이와 죽은 사람을 군적에 올려 병역세를 부과한 황구첨정(黃口簽丁)과 백골징포(白骨徵布)는 19세기 크고 작은 농민항쟁의 주요한 원인이 됐다.
정부가 전면 폐지키로 했던 증권거래세는 찔끔 인하하고, 2023년부터 2천만 원 이상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 양도세 20%를 부과키로 하자 '동학 개미'들이 잔뜩 화가 났다. 거래세에 양도세까지 '이중과세'라며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매년 4조~5조원의 증권거래세는 정부 입장에선 포기하기가 쉽지 않은 액수다. 그래도 국민에게 한 약속은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 동학 개미들이 이룩한 증시 호황에 정부가 숟가락을 슬쩍 얹었다는 비난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가득 채우고 있다. '과중한 세금을 내는 국민은 씩씩할 수 없고, 납득할 수 없는 세금은 국민을 허약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정부는 간과해선 안 된다.
/이영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