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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 미국경제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실업률 25%, 국민총생산(GNP)은 반으로 줄고 국민총소득(GNI)도 20년대 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해 3월 취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전임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스퀘어 딜(공평한 분배 정책)'과 윌슨 대통령의 '뉴 프리덤(신 자유 정책)'을 합성한 '뉴딜정책'을 내놨다. 이 안엔 모든 정책이 포함됐다. 막대한 자금을 푼 덕에 초반은 반짝 효과를 봤다. 실업자가 절반으로 줄고 성장률은 10%대를 달성했다. 하지만 1937, 1938년 재차 마이너스 성장의 불황에 빠졌다. 야심 차게 내놨던 '테네시 강 유역 개발' '산업부흥법' '농업조정법'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루스벨트의 뉴딜로 대공황이 극복됐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통화학파의 태두인 밀턴 프리드먼은 뉴딜이 미국의 고질병을 덧나게 했다고 혹평했다. 미국이 대공황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뉴딜보다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전쟁 특수'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렇다고 뉴딜을 폄하할 수는 없다.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금본위제 폐지, 독점규제, 누진 소득세 도입, 특히 사회안전망 확대는 진보·보수학자를 떠나 뉴딜정책의 가장 큰 업적으로 꼽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25년까지 총 160조원을 투입한다고 한다. 기존의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 등 3대 정책에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사회안전망 확충' 등 새로운 3대 축을 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2022년 임기를 마치는 데 사업이 다음 정부까지 이어져야 하는 정책이어서 계속 추진될지는 의문이다.

문 대통령의 뉴딜에 대한 집착은 대단하다. 후보 시절 때부터 "루스벨트는 공공 일자리를 만드는 뉴딜로 황금시대를 열었다"며 '한국형 일자리 뉴딜'을 수차례 제안했다. 하지만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들과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루스벨트의 뉴딜정책이 결과적으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에는 취임 직후부터 30차례 진행한 라디오 연설 '노변정담'(爐邊情談)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자신의 심정을 솔직하게 피력했다. 방송을 듣던 국민들은 자신들은 혼자가 아니며, 이런 대통령이라면 함께 어떤 위기가 닥쳐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거다.

/이영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