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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김해터미널 대리점에서 일하던 서모(47) 씨가 이달 초 숨졌다. 그는 지난달 하순 가슴 통증을 인지한 다음 날 병원에 갔다. 심혈관 시술을 받고 이후 의식을 회복했지만 끝내 심정지 판정을 받았다. 유가족과 회사 노조는 고인이 아침 7시부터 하루 12~17시간, 주 6일 근무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3개월간 월 6천700~7천600개 물량을 배달했다고 한다.

택배연대노조는 최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연이은 택배 노동자 사망에 책임을 지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코로나 19로 인해 작업 물량이 평균 30~40% 늘었다. 수많은 택배 노동자가 과도한 업무 때문에 고통받는다고 한다. 상반기에만 택배 노동자 3명이 숨졌다.

이들은 일요일과 공휴일만 쉰다. 주당 78~90시간을 일한다. 근로기준법상 법정 노동 시간인 주 52시간을 훨씬 초과한다. 택배 노동자는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 사업자다. 노동자가 아니라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해도 법적인 문제가 없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택배 노동자들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2.7시간, 월평균 근무일은 25.6일이었다.

쿠팡 등 주요 택배사 노동자들이 8월 14일 공식적으로 하루를 쉰다. 한진이 1992년 택배사업을 한 후 처음으로 '택배 없는 날'이 지정된 것이다. 토요일인 광복절 대체 휴일이 지정되면 최대 4일까지 늘어난다. 노동계는 지난해부터 택배 노동자의 '쉴 권리'를 요구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SNS를 통해 환영했다. "기사님들이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응원해주시길 바란다"며 "택배가 조금 늦어지더라도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택배 노동자는 K-코로나 방역의 숨은 주역이다. 밀려드는 배송 물량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여럿 앞에서 시민에게 봉변을 당해도 꿋꿋하게 일어섰다. 노조는 오히려 '휴일을 지지해준 국민께 감사하다'고 했다.

이참에 근로기준법에 맞는 근무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하루 쉬면 그만큼 물량이 쌓이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한다. 다음 날 새벽까지 일할 바에는 휴일이 없는 게 낫다는 푸념도 들린다. '택배 주문 없는 날'을 지정하자는 주장이 공감을 얻는 이유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