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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미국에서 햄버거에 얽힌 황당한 '괴담'이 나돈 적이 있다. 맥도날드의 햄버거 패티가 쇠고기가 아닌 지렁이 고기로 만들어졌다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진 것이다. 이로 인해 이 회사의 햄버거 판매량은 순식간에 30%나 떨어졌다. 사실 이 소문은 터무니없기 그지 없었다. 무엇보다 이 회사가 햄버거 패티에 쇠고기 대신 지렁이를 넣을 이유가 없었다. 당시 쇠고기는 1파운드에 약 1달러였고, 지렁이는 5~8달러였다. 지렁이가 보양식으로 인기를 끌었다면 모를까 쇠고기보다 훨씬 비싼데다가 대량 공급받기도 어려운 지렁이를 갈아 햄버거 패티를 만들 리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소문이 사그라들지 않자 회사는 사실관계를 알리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TV, 신문 광고를 통해 '우리 회사는 쇠고기만 쓴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매장들도 앞다퉈 '우리 매장 햄버거에는 지렁이 고기가 들어있지 않습니다'라고 써붙였다. 하지만 바닥을 향하던 매출 그래프는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유는 따로 있었다. 맥도날드가 햄버거에 지렁이가 없다고 강변할 수록 오히려 소비자들은 '지렁이가 든 햄버거'를 떠올리며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었다.

햄버거 괴담과 현재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는 수돗물 유충 사태는 약간 비슷한 구석이 있다. 정부가 유충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밝혔지만 생수와 정수기 필터 등의 수요가 급증하는 것에서 보듯 시민들의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유충을 먹었을 때 많은 양이 아니라면 몸 속에서 소화가 되기 때문에 해가 되지는 않는다"는 전문가의 진단은 오히려 혐오감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햄버거에 지렁이가 없다'는 사실을 알리는 '정공법식' 마케팅이 매출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맥도날드는 '지렁이'란 단어는 입밖으로도 내지 않는 대신 감자튀김과 밀크셰이크에 마케팅을 집중함으로써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소비자의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려 햄버거와 지렁이의 연결고리를 끊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나 자치단체가 맥도날드식 전략을 택해서는 안된다. 햄버거는 안 사먹으면 그만이지만 물은 없어서는 안될 삶의 일부다. 유충이 무해하다고 하지만, 시각적·정서적 혐오감으로 정신건강을 해친다면 이 또한 인체에 유해 한 것 아닌가. 당연히 정부가 취해야 할 전략은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국민에게 알리고 설비와 시스템을 개선하는 정공법이다.

/임성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