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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의를 밝힌 이정회(54·사법연수원 23기) 인천지검 검사장.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관례처럼 글 올리는 檢 특유 문화

미투 등 현직 화제성 글 언론 퍼져
동일체 문화-토론장 엇갈린 시각
'익명 운영' 조직문화 개선 주장도

"검찰에 대한 합리적 비판을 넘어 맹목적인 선동과 야유가 넘친다."

최근 사의를 밝힌 이정회(54·사법연수원 23기) 인천지검 검사장은 지난 27일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 내 검사게시판에 올린 '사직인사'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정회 검사장은 "검찰의 본질적 기능과 역할이 위협받는 이때에 무거운 숙제만을 후배들에게 남기고 떠나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고 덧붙였다.

이정회 검사장의 사직인사는 검사생활의 소회를 밝히면서도 '검언유착 사건', '검찰총장의 구체적 수사지휘권 폐지 권고안' 등 현재 검찰이 처한 상황에 대해 뼈 있는 메시지를 남기고자 하는 취지로 읽힌다는 평가다. 최근 사의를 밝힌 다른 검사장들이 이프로스에 쓴 글과 함께 검찰 안팎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처럼 고위급 간부가 사직하면서 관례처럼 내부 통신망에 글을 올리는 것은 검찰조직 외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특유의 문화다.

2001년 개설된 이프로스 검사게시판은 검사가 자신의 자리에서만 글을 올릴 수 있는 제한적인 구조지만, '화제성 글'들은 게재되는 직후 언론 등을 통해 널리 퍼지고 있다. 고위급 간부가 쓴 사퇴의 변뿐 아니라 현직 검사도 글을 올려 검찰 안팎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한다.

검찰 이프로스에 대한 일반인들의 궁금증이 커지자 시스템을 개선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프로스 검사게시판은 '검사동일체' 문화의 상징이라는 부정적 시각과 '내부 토론장'이라는 긍정적 시각이 상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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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인천지검 전경. /김용국기자yong@kyeongin.com

지난해 5월 인천지검에서 근무하던 현직 검사는 이프로스에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지면 부실 수사가 우려된다는 주장과 근거를 올려 관심을 끌었다.

2016년에도 인천지검 강력부 소속의 한 검사가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당시 검찰의 대면조사를 거부한 박근혜 대통령을 체포해 강제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지현 검사가 2018년 '미투(Me Too)' 글을 올린 곳도 이프로스였다.

인천의 한 법조계 인사는 "표면적으로 검사 개인의 의견을 글로 올린 것처럼 보이더라도 조직 차원에서 활용하고자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프로스를 실명이 아닌 익명 게시판으로 운영해 조직문화를 개선하자는 주장도 검찰 내부에서 나온다.

한동수(54·24기) 대검찰청 감찰부장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올려 "'일반 검사회의', '수사관회의' 등 회의체, 이프로스 내 '익명게시판'이 듣는 마음을 표현하는 장이 돼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검토와 전격적인 시행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