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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살 무렵, 형들 어깨너머로 바둑을 배웠다. 단수(單手)를 '아다리'라 불렀다. 상대의 돌을 완전히 둘러싸기 바로 전 상태를 말한다. 일본말 아타리(アタリ)에서 비롯됐다. 상대가 '아다리'라 외치는 건 돌을 거두란 뜻이었다. '호구(虎口)'는 누구나 아는 바둑용어다.

1954년 사단법인 한국기원이 발족했다. 한국 바둑의 총본산이다. 8 ·15광복과 더불어 바둑계의 재건을 위해 국수(國手) 수준의 고수들이 모여 만든 한성기원(漢城棋院)이 전신이다. 그 후 조선기원(朝鮮棋院)과 대한기원(大韓棋院)으로 변천했다.

1968년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 '한국기원회관'이 건립됐다. 1970년 재단법인으로 바뀌었다. 1989년 월간 '바둑생활'을 창간, 바둑 보급 활동이 본격화됐다. 1년에 4명만 프로 초단이 된다. 1990년도부터 여류 입단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1994년 본원회관을 서울 성동구 홍익동으로 이전했다.

한국 바둑의 메카인 한국기원이 2023년까지 의정부시로 이전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임채정 한국기원 대표, 안병용 의정부시장이 지난주 경기도청에서 '한국기원 이전 및 바둑 전용 경기장 건립 협약'을 체결했다. 부지는 의정부시 호원동 403번지 일원이다.

1950~60년대 한국바둑은 조남철 시대였다. 현대바둑의 개척, 성장기다. 그는 6개 신문 기전의 1기 대회를 독점 우승했고, 국수전 9연패, 최고위전 7연패, 패왕전 4연패를 이뤘다. '영원한 국수' 김인 9단은 1960년대 중반 이후 10년간을 지배했다. 이어 70~80년대 조훈현에 이어 이창호, 이세돌, 박정환, 신진서가 패자(覇者)의 계보를 잇는다.

바둑의 기원은 중국 요순시대로 알려졌다. 5천년 가까운 역사다. 가로·세로 19줄, 반상의 수는 무궁무진하고 변화무쌍하다. 국제기전 판도는 한·중·일 3국이 패권을 다툰다. 70년대까지 일본이 우세했으나 이후 한국, 최근에는 중국이 앞서는 양상이다.

수년 전 인공지능(AI)으로 무장한 '알파고'가 등장해 인간계를 평정했다. 이세돌 9단만 유일하게 1승을 거뒀다. 프로기사들 대국의 판세를 AI가 예측한다. 인간과의 격차는 더 커진다. 대국은 승자를 가리게 마련이다. 인공지능에 패한 프로기사들의 입지가 난처해졌다. 바둑에서도 인간이 밀려나고 있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