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북부지역 양돈농가들이 돼지 재입식 준비에 한창이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남기고 간 경제적 후유증에 고통받고 있다. 거기에 강화된 방역대책을 따르기 위한 막대한 설비투자와 종돈 마련 비용 등까지 당장 들어가야 할 목돈을 구하지 못해 한숨만 짓고 있는 상황이다.
김포에서 2천500두(마리) 규모의 양돈농가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재입식 허가 소식에 반갑기도 했지만, 지난 1년여간 한 푼도 벌지 못한 상황에서 다시 수천만원의 시설투자가 필요해 걱정이 크다.
강화된 방역대책에 따라 내·외부 울타리 설치에 3천만원, 운영을 멈추면서 빠르게 노후화된 설비 교체에 2천만원 등 당장 설비에만 5천만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ASF 이전 규모로 축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암퇘지 200마리(평균 시세 마리당 80만원)와 수컷 종돈(평균 시세 500만~600만원) 등 약 1억5천만원을 마련해야 한다.
종돈 마련이 된다 해도 새끼 돼지를 낳아 기르기까지 약 10개월여가 더 들어가기 때문에 이때 들어가는 인건비와 사료값만 해도 수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지난 2011년 구제역 당시에도 막대한 빚을 지게 됐는데 ASF로 인해 더 어렵게 됐다. ASF로 살처분을 지원했다고 하지만 정부에 판매한 것이지 지원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며 "생계를 위해 당장 목돈이 필요하지만 빚이 쌓인 상황에서 더 빚을 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 도는 사육규모에 따라 6개월씩 생계안정자금을 지원하고 강화된 방역지침에 따른 8대 방역시설 설치에 60%(국·도·시군비 매칭)를 지원하고 있지만 1년간 수익이 전혀 없었던 농가에 40%의 자부담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원회 김철환(민·김포3) 의원은 "양돈 농가에 엄격한 기준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재정적 지원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며 "ASF 확산을 막기 위해 특별한 희생을 한만큼 특별한 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