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로 생태계 붕괴 위기인데…
세계 지도자들 환경공약만 말하며
실질적인 행동은 하지 않는다
현재 지속땐 '다음세대 삶'은 지옥

16세의 한 소녀가 2019년 9월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UN(United Nations·국제연합)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해 정상들에게 외쳤다.
소녀의 이름은 '그레타 툰베리'. 2018년 등교 대신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 1인 시위를 한 청소년 환경운동가다. 그녀의 행동은 전 세계적인 동맹휴학 기후운동(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을 이끌어 냈다.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은 자연 현상일 뿐 '과장'과 '허구'라고 주장한다. 과학과 허구의 차이는 논증(論證)과 주장(主張)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은 검증된 연구결과에 비춰 결론을 낸다면, 주장은 자기 개인의 의견만을 피력할 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역대 가장 긴 장마철과 함께 8~9월의 연이은 태풍, 여름·겨울철의 이례적인 이상기온이 발생했다. 태풍과 호우로 인한 재산피해는 1조2천585억원, 인명피해는 46명. 이는 최근 10년(2010~2019) 연평균 피해의 약 3배를 넘었다. 지난해 1월의 기온은 역대 가장 따뜻했다. 이에 해충의 월동란이 폐사하지 않아 여름철 대벌레, 매미나방 등 혐오 곤충들이 많이 발생했으며, 식엽 피해도 발생했다. 비단 우리나라 만의 일이 아니다. 유럽의 폭염, 미국 서부지역 7~9월의 대형 산불, 동아시아지역의 장마와 집중호우, 북대서양의 열대성 저기압 발생이 기존 28개에서 30개로 최다 기록이 경신됐다.
기후변화가 인간활동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다.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의 연소, 산림훼손, 농업 활동 증가 등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불소화합물 등 온실가스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지구 온도가 급격히 상승한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해빙이 녹고 해수면이 올라 대기 순환의 흐름이 바뀌고, 각 대륙권에 영향을 미치면서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했던 이상한 기후패턴이 나타나는 것이다.
현재 기온은 갈수록 찜통더위로 변하고 있다. 현재의 탄소 배출을 유지하면 21세기 중반(2041~2060년) 우리나라의 기온은 3.3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 온도가 2도만 증가해도 빙상이 붕괴하고 해수면이 10㎝ 높아져 1천만명의 사람들이 위험에 처한다. 적도지방의 주요 도시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하고, 북위지역도 여름마다 폭염으로 수천명이 목숨을 잃는다. 남부 유럽은 영구적인 가뭄에 시달리고 중앙아시아는 평균적으로 지금보다 19개월 더 오래 건기가 지속된다. 북부 아프리카는 건기가 5년이나 증가한다. 매년 들불과 산불로 불타는 지역이 지중해지역에서 2배, 미국에서는 6배 이상 늘어난다. 기온이 4도 증가하면 라틴아메리카에서만 뎅기열 발발사례가 800만건 증가하고, 식량 위기가 거의 매년 전 세계에 닥친다. 전 세계 피해 규모를 돈으로 환산하면 600조 달러, 오늘날 전 세계 부의 2배 이상이다. 그리고 분쟁과 전쟁 역시 2배로 늘어난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우리는 현재의 편안한 삶을 양보하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가 지속한다면, 다음 세대의 삶은 지옥이 될 수도 있다. 우리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함께 기후변화의 위기를 느끼고 공유해서 생활 속의 근원적인 변화(deep change)를 이끌어내야 한다.
기상청도 국민 옆에서 기후변화를 쉽고 정확하게 끊임없이 전달할 것이다. 또 '기온 몇 도 변화'와 같은 단순한 디지털(digital) 자료에서 소녀 '그레타 툰베리'와 같이 심금을 울리는 디지로그(digilog) 기후 이야기를 제공할 것이다. 동시에 기후변화 예측과 더불어 날씨 예보에 더욱 매진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송근용 수도권기상청 기후서비스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