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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을 기반으로 한 물품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문화누리카드'를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글이 게시됐다. 문화누리카드는 사회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문화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제공되고 있다. 2021.3.17 /캡처 사진

10만→7만원 온라인서 할인 판매
이틀만에 완료… 대리구매 요청도
예산 소진에 못 받는 경우 있는데
코로나로 바깥 활동 감소 이유도
자동 삭제·판매자 제한 조치 협의


"문화누리카드(10만원) 7만원에 팔아요."

정부가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 취약계층의 문화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발급하고 있는 '문화누리카드'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현금으로 거래되는 소위 '현금깡'으로 악용되고 있다.

최근 지역을 기반으로 물품을 거래하는 애플리케이션 '당근마켓'에는 문화누리카드를 판매한다는 글이 공공연하게 올라오고 있다.

미추홀구 주안1동에 사는 A씨는 "문화누리 카드 7만원에 팔아요. 빠른 거래 희망해요. 쿨 거래 시 네고(가격 협상) 가능해요. 주안 OO초등학교 앞"이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이 게시물은 올라온 지 이틀 만에 '거래 완료'로 처리됐다.

부평5동에 사는 B씨는 "10만원 들어있는 문화누리카드 7만원에 팝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또 다른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는 문화누리카드로 구매 가능한 물품을 나열하며 "정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대리 구매'를 할 테니 연락 달라"는 글이 게시됐다. 대부분 문화누리카드 지급액의 70~80% 가격대에 판매되고 있었다.

문화누리카드는 취약 계층 중 신청자를 대상으로 1인당 10만원씩 지급되고 있다. 공연·영화·전시·체육경기 관람이나 도서·음반·문구 구매, 그리고 놀이공원·캠핑장·호텔·아쿠아리움 방문 시에도 사용할 수 있다.

인천에서 최근 3년간 문화누리카드를 지급하는 데 들어간 사업비(국·시비)는 2019년 76억7천여만원, 2020년 95억3천여만원, 2021년 101억여원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문화누리카드 예산이 한정돼 있어 자격이 돼도 카드를 발급받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4년째 문화누리카드를 발급받은 계양구 주민 오모(33)씨는 "요즘 들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문화누리카드 거래 글을 여러 차례 봤는데 잘못 사용되는 거 같아 안타깝다"며 "나처럼 아이를 키우는 집에선 놀이동산이나 영화관에 가고 책을 구매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 드신 분 중에는 문화생활을 잘 하지 않거나 코로나19로 바깥 활동이 줄어 카드를 되팔기도 한다고 들었다"고 했다.

문화누리카드는 보조금법에 따라 '허위로 발급받거나 목적 외 사용(현금화·거래 대행), 목적 외 사용유도, 제3자 사용 시'엔 부정행위로 보고 보조금 환수·제재 부가금 부과·발급 제한 등의 행정 처분을 받는다.

문화누리카드 사업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당근마켓엔 문화누리카드 판매 글이 올라오면 자동 삭제 조치하고, 판매자 활동을 제한하도록 협의했다"며 "중고나라엔 이달 중 문화누리카드를 거래 금지 품목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