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소수자는 정체성 의해 해고없고
어떤 성별 사랑하는지 상관없이
공동체 속 노동자로서 인정 받고
당연한 권리 주장하는 세상속에서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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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재 수원시민
이 사회의 먹이사슬에서 가장 아래층에 위치한 것은 언제나 노동자였으며 그중에서도 성 소수자 노동자는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자에게 가해지는 착취와 남성우월주의적 가부장제 사회의 소수자가 마주하게 되는 차별의 이중적 억압상태에 시달려야만 했다.

직장에서 성 소수자는 원치 않은 성 정체성의 공개와 그로 인한 불이익을 두려워해야만 했으며, 성 정체성을 이유로 비난과 차별, 직장에서의 불이익과 배제라는 리스크를 늘 짊어져야만 했다.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성적지향/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성애·양성애자 응답자 중 14.1%, 트랜스젠더 중에서는 24.1%가 해고 및 권고사직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으며 아우팅을 경험한 동성애자·양성애자의 경우 28.1%가 비자발적 사직을 경험했다고 한다.

이러한 노골적인 차별과 배제에 적극적으로 항의 및 대응할 수 있었던 동성애자·양성애자 노동자는 6.6%에 불과했으며 93.4%의 응답자는 차별 및 괴롭힘을 경험하고도 항의 및 대응을 해본 경험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렇듯 평시에도 극심했던 성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과 배제는 코로나 19 이후 심화된 혐오 여론과 고용 불안 속에서 더욱 노골화되었다.

지난해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 방문자와 관련된 코로나 19 확진자 사태는 성 소수자가 직장 내에서 얼마나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있는가에 관한 실태를 여실히 드러냈다.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와 인터넷의 배타적 여론은 확진자의 발생을 성 소수자의 탓으로 몰아가며 집단적 혐오를 불러일으켰으며 방역을 빌미로 확진자들의 정보를 공개한 정부의 조치 탓에 이태원 클럽의 방문자들, 그중에서도 특히 성 소수자들은 선뜻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나오지도 못했다.

만약 정부, 혹은 민간의 색출에 의해 자신의 확진 사실과 동선이 알려진다면 자연스레 아우팅을 당할 것이고, 아우팅은 곧 자신이 일하는 직장에서의 해고 및 추방으로 이어질 공산이 컸기 때문이다.

언론 및 인터넷 발 혐오 여론, 그리고 정부의 무분별한 아우팅 또한 큰 문제지만 결국 해당 사태에서의 본질적인 문제는 성 소수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해고될 수 있고, 그러한 부당행위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조차 되지 않는 이 사회의 현실에 있었다.

성 정체성,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해고 및 직장에서의 차별이 법에 의해 원천적으로 차단되었더라면 그들은 혐오와 보복의 두려움에 떨지 않고 자신의 건강과 사회의 공익을 위해 코로나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차별금지법은 생존의 문제다. 성 정체성에 의해 직장에서 잘리고 내쫓기지 않는 세상, 자신을 어떤 성별로 정체화하고 어떤 성별을 사랑하는지와 상관없이 공동체 속에서 노동자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그에 상응하는 당연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 속에서 성 소수자는 비로소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첫걸음은 차별금지법의 제정이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인종, 국적, 피부색, 출신 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 학력, 고용 형태, 병력 또는 건강 상태, 사회적 신분에 따른 고용에서의 분리·구별·제한·배제·거부를 금지한다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상식적인 이야기가 현실이 되도록 해야 한다.

/김선재 수원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