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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꿈의 한복판

네 온몸의 피가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그곳

그곳에서 나는 눈을 뜰래 //

네 살갗 밑 장미꽃 다발

그 속에서 바짝 마른 눈알을 치켜뜰래

네 안의 그 여자가 너를 생각하면서

아픈 아코디언을 주름지게 할래 //

아코디언 주름 속마다 빨간 물고기들이 딸꾹질하게 할래 //

너무 위태로워 오히려 찬란한

빨란 피톨의 시간이 터지게 할래 //

네 꿈의 한복판

네 온몸의 숨이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그곳

그곳의 붉은 파도 자락을 놓지 않을래 //

내 밖의 네 안, 그곳에서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래

김혜순(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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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꽃다발은 여러 개의 꽃들이 모여 하나의 다발로 구성된다. 개별적인 꽃들이 통합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물이 생겨난 것이 꽃다발이다. 이것은 음악에서 여러 음이 모여서 노래가 되는 것처럼 하나로는 만들어낼 수 없는 것. 서로가 서로의 멜로디를 이루고 있는 꽃다발은 향기 나는 '꿈의 한복판'이 된다. 이처럼 집단 속에 있는 자신은 '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나도' 있는 것으로 그곳은 '온몸의 피가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나의 전부인 셈이다. '그곳에서 나는 눈을' 뜨고 있다는 것은 공동체 안에 내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곳이 삶의 바다라면 '그곳의 붉은 파도 자락을 놓지' 말아야 한다. 누구든지 스스로 있는 자가 없듯이 '내 밖의 네 안'에서 나를 찾고 있는 우리는 '그곳에서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는 인생을 항해하고 있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