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도 상가간판 가린다며 마구 잘라내
여름엔 그늘 제공·소음·대기오염 감소 효과
도심속 꼭 필요한 '그린 인프라' 잘 보살펴야

그런데 오늘날 인천시 상징 나무인 목백합은 기품이 아름답기는커녕 행색이 초라할 지경이다. 성장이 빠른 게 역설이 돼 무자비하게 가지치기 됐다. 도시 가로수의 과도한 가지치기 관행은 시목인 목백합도 예외가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는 자유공원에 있다.
1884년 국내 최초의 근대식 서구공원인 만국공원이 만들어질 때 심어져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5년 보호수로 지정됐다. 미군기지였던 부평 캠프 마켓에서도 아름드리 플라타너스의 장엄한 위용이 확인됐다.
우리가 보는 플라타너스는 대개 가로수다. 플라타너스는 공해에 강하고 대기오염물질을 많이 흡수한다. 넓은 그늘을 제공할 뿐 아니라 별다른 관리 없이 잘 자라기 때문에 플라타너스는 가로수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플라타너스도 잘 자라는 것이 문제인지 과도한 가지치기로 인해 대개 '닭발 가로수' 모양이다. 2017년 인천시 가로수 기본계획에서 수형이 아름다운 길로 선정된 부평구청 앞 길주로, 녹음이 아름다운 길로 선정된 남동대로도 마찬가지다. 남동대로가 있는 남동국가산업단지에는 전깃줄도 상가 간판도 없는데 말이다.
올 초 남동구 장수동에 있는 800년 된 은행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이 은행나무에선 도심 속에서 농경시대의 나무 숭배의식인 '당제(堂祭)'가 오늘날도 진행되고 있어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운 관계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등 자연·학술·민속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는 인천의 보물이고 자랑거리다.
그러나 우리 주변의 은행나무를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은행나무는 인천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가로수다. 인천의 22만여그루의 가로수 중 20.5%가 은행나무다. 이들 은행나무는 상가 간판을 가린다며, 전선을 보호하겠다며, 열매가 떨어지고 냄새가 불쾌하다는 이유로 무자비하게 잘리고 있다. 도시 은행나무가 처한 현실이다.
가로수는 우리에게 아름다운 풍치를 줘 마음을 즐겁게 한다. 더운 여름에는 그늘을 제공해 시민들을 시원하게 해준다. 또 자동차가 많은 도로의 소음을 줄이고,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을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가로수는 단절된 도시 녹지를 연결해 생물 다양성을 증진하는, 도시에 꼭 필요한 '그린 인프라'다. 가로수에 대한 제대로 된 보호와 보살핌이 필요한 이유다.
과도한 가지치기를 해도 끄떡없는 나무는 없다. 미국국가표준협회와 국제수목관리학회는 가지의 25% 이내로 가지치기를 제한하고 있다. 대기오염이나 폭염을 막고, 탄소도 흡수하려면 나무가 건강해야 한다. 나무를 함부로 자르지 않고 관리한다면 시민에게 돌아갈 혜택이 훨씬 더 많다.
인천시는 최근 2040 공원녹지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랜선 푸른시민참여단을 운영하고 있다. 시민소통과 협치를 통해 목표와 비전, 정책과 실천사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27일에는 박남춘 인천시장에게 시민 참여단이 제안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환경특별시 인천'은 거창한 말과 계획이 아닌 과도한 가지치기를 근절하겠다는 자비로운 품격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그래야 시민과 자연이 공생하는 울창한 숲속의 환경특별시를 만들어갈 수 있다.
/최진우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