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2601001033400051131

과거와 미래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정의된다. 그중 하나가 순역이란 관점인데 과거는 순이고 미래는 역이라 하였다. 순역 또한 관점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 '질서'의 문제를 가지고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것은 물리학의 '엔트로피증가의 법칙'과 맞물려 이해할 수 있다. 물리학에서 열역학 제1법칙은 에너지보존의 법칙으로 닫힌계의 에너지의 총합은 일정하다는 법칙이다. 그런데 자연계의 에너지의 흐름은 비가역적 흐름이 대부분이다. 소모되는 에너지가 동일하더라도 시간을 되돌려 현상을 바꿀 수는 없다. 우리 일생도 큰 틀에서 보면 그렇게 흘러간다. '엔트로피증가의 법칙'은 무질서도의 증가로도 이해할 수 있다. 자연의 흐름은 그냥 내버려두면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인간이 이룩한 과거의 모든 인위적 문명은 이 무질서도에 대한 도전과 극복이라고 할 수 있다. 무질서에 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곧 인간들의 문명화 과정이다. 그렇다고 무질서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질서란 이미 정해진 것이기 때문에 바꿀 수 없는 과거의 비가역적인 것이 되어 버렸지만 무질서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미래의 가능성의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미 형성된 질서는 순응의 영역이지만 아직 일정 정도 열려져 있는 미래는 고난과 도전의 영역일 수밖에 없다. 미래를 개척한다는 일은 무질서에 질서를 부여한 행위이므로 그 자체가 역경(逆境)을 헤쳐가는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불안과 고통은 당연하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