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반대 프레임 변질된 것은
과거 일부 동문들과 거기에 맞서는
기득권층·정치권 대립으로 기인
지금은 주민·전문가 등 참여
새로운 소통구조로 대안 찾아야


이현식
이현식 문학평론가
제물포고교 이전 문제가 인천 중구와 동구를 중심으로 하는 구도심 지역의 심각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거리 곳곳마다 제물포고교 이전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붙들고 있다. 구도심 지역의 주민들은 제물포고교가 이전하면 도심 공동화가 더욱 가속화 할 거라는 일종의 두려운 예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시청이 이전하고 몇몇 학교가 슬그머니 이사 가더니 백화점도, 극장도 하나둘 사라지고, 북적거리던 시장도 한산해지던 터에 제물포고교마저 나간다니 낙담이 더욱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른 한편, 이곳에 교육복합단지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것이야말로 구도심 활성화에 기여할 좋은 방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교육 관련 인프라를 집적해서 이곳을 새로운 형태의 교육거점으로 만들자고 한다. 그런데 정작 일이 흘러가는 형국은 교육복합단지 조성이 아니라 제물포고교 이전 찬성과 반대로만 쟁점이 만들어지고 있다.

제물포고교 이전을 반대하는 지역 정치인들은 마치 제고 이전 반대만 주장하면 구도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은 정치적 환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들은 구도심을 살릴 합리적 대안 제시에는 손을 놓고 있다. 10년 전 제물포고교 이전 문제가 똑같이 불거졌을 때에도 이전 반대에 목소리만 높였지 정작 구도심을 살리기 위한 긴 안목을 보여주지는 못했었다.

물론 과거 제물포고교의 일부 동문들도 문제는 있었다. 이들 주장의 핵심은 제물포고교의 옛 영광을 되찾자는 취지에서 학교를 송도로 이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송도로 이전해 명문대 진학률을 높여 학교의 위상을 살리자는 목적이었다. 지금 이런 주장은 낡은 생각으로 비판받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제물포고교 이전 반대를 주장하는 일부 인사들은 제물포고교가 송도로 이전하면 옛 영광을 되찾을까 두려워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제물포 고교 이전 반대 목소리에 담겨 있는 이런 태도는 아직도 바뀌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인천 시내에만 125개의 고교가 있고 동네마다 고등학교가 있는 현실, 특목고와 영재고, 자사고가 그득히 있는 현실에서 명문대 진학률만을 놓고 고교의 우열을 따지는 건 구시대적 발상이다. 한 고등학교가 서울대를 몇백명씩 들어가던 시대는 지나갔다. 게다가 고교동문회라는 커뮤니티 자체가 더 이상 젊은 세대들에게는 소구력을 잃었다. 지금까지와 같은 고교 동문회 같은 조직은 머지않아 그 운명을 다할 것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여전히 국민소득 1천 달러도 안 되던 시절에 했던 사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사안의 핵심은 제물포고교 이전이 아니라, 구도심을 사람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일이다. 구도심 쇠락이라는 문제가 제물포고교 이전의 찬성과 반대라는 프레임으로 변질된 데에는 과거 제물포고교 일부 동문들의 잘못된 욕망과 거기에 맞서는 지역의 또 다른 기득권층, 그리고 정치권의 욕망이 대립되고 있는 것에 기인한다. 게다가 일부는 그런 대립을 일부러 과장하기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지금은 행정과 지역 정치권, 주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새로운 소통 구조를 만들어 대안을 함께 찾아야 할 때이다. 이해가 충돌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대화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고, 가보지 않은 길이라 성공을 예단하기 어렵겠지만 그런 과정을 거쳐서 서로의 다른 생각을 날것 그대로 확인해보는 것만 해도 성과이다. 그런 소통을 위한 맨 앞자리에 구청이나 구의원, 시의원이 나서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제물포고교 이전 반대가 현실적 대안도 아니고 그게 문제의 핵심도 아니라는 것을 그들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제물포고교 이전 논란이 구도심 쇠락의 문제를 생산적으로 해결할 반전의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현식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