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부동산 중개보수(수수료) 인하' 방안에 반발한 경기도 개업공인중개사들이 거리로 나섰다. 평택·안양·의왕·이천 등을 중심으로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이하 협회) 경기남부지부 소속 지회장들이 시작한 1인 릴레이 시위가 경기도 전역으로 퍼질 예정이며 오는 추석 이후 이사철 땐 단체휴업 등 집단행동 가능성까지 나온다.
24일 평택시 세교동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A(57) 씨는 "부동산 중개 몇 건으로 직장인 연봉 수준의 떼 돈을 번다는 말을 최근 자주 듣는데 오해 "라며 "경기도에 그런 경우는 극소수일 것"이라고 호소했다.
전용면적 75㎡ 기준 매매 호가가 7억 원을 넘는 아파트 단지의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A 씨가 올해 들어 중개한 매매 건수는 5건이 전부다. 이중 4건은 2~3억 원대 물건이고 단 1건만 약 7억 원 짜리 거래였다.
그마저 중개수수료 상한 요율인 0.5%에도 못 미친 0.4% 수준의 300만 원 가량 수수료만 받고 계약서를 써줬다. 올 한 해 아파트 매매 중개로 번 수익이 1천만 원도 채 안 되는 것이다.
중개사협회 남부지부 릴레이시위
수수료 인하 반발 경기 전역 확산
추석이후 휴업 등 집단행동 조짐
A 씨는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상한 요율만큼 수수료 받고 중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안 그래도 정부 부동산 대책 때문에 거래량이 바닥이라 매월 400만 원씩 나가는 운영비 충당하기도 어려운데 수수료 깎아 달라는 매도·매수자 요청을 어떻게 거절하겠나"라고 강조했다.
이에 정지원 협회 경기남부지부 평택시지회장은 지난 23일부터 1인 릴레이 시위에 나섰다.
정 지회장은 "추석 전 주인 17일까지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라며 "정부는 실패한 부동산 대책으로 치솟은 집값 책임을 공인중개사에 돌리고 있다. 극단적인 수수료 금액을 예로 든 언론 기사가 쏟아져 중개사들에 대한 오해마저 불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평택 뿐만이 아니다. 안양·의왕·이천지역 지회장도 이번 주부터 1인 릴레이 시위에 나섰으며 곧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될 계획이다.
천경남 협회 경기남부지부장은 "지역별 시위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며 정부가 계속 일방적인 수수료 인하 방안만 내세울 경우 이사철 집단행동까지 고려하고 있다"며 "중개사와 매도·매수자 간 분쟁을 불러오는 상한 요율이 아닌 고정 요율로 바꿔주는 등의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