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선 1·2기를 연임한 심재덕 전 수원시장(1939~2009)은 행정 전반에 두루 능했다. 지역 토박이로 수원농고, 서울대를 나와 교사, 교수, 경기도청 과장, 수원문화원장을 지냈다. 교단, 공직, 문화, 사업가 이력이 든든한 밑천이 됐다. 재임 중 수원화성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화성행궁 복원, 수원천 생태하천 복원, 광교산 개방 등 굵직한 업적을 남겼다.
세상은 그를 '미스터 토일렛(Mr. Toilet)'이라 불렀다. 1999년 한국화장실협회를 창립하고 초대회장으로 취임했다. '아름다운 화장실 문화운동'을 이끌면서 수원시 공중화장실을 전국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퇴임 후인 2006년 '세계화장실협회(WTA) 창립총회' 조직위원장으로, 2007년 11월 서울 WTA 창립총회에서 초대회장으로 선출됐다. 살던 집을 허물고 변기 모양을 본뜬 해우재를 지었고, 유족은 수원시에 무상 제공했다. 현재는 시민들에 무료 개방돼 대한민국 화장실 문화 알리미가 됐다.
부천에 있는 초·중·고 80% 이상이 아직도 수세식 변기(화변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천시의회 정재현 의원이 경기도교육청에서 받은 '각급 학교 화변기 설치 학교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화변기는 의자처럼 앉아서 용변을 보는 양변기와 달리 과거 재래식 변기처럼 쪼그려 앉는 형태다.
가정 화장실 비데가 일반화한 시대에 학교 수세식은 낯설고 당혹스럽다. 일부 어린이는 화변기 사용을 꺼려 참고 집에 오거나 바지에 볼일을 보는 낭패를 겪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여학생들도 불편을 호소한다. 화변기가 필요할 때도 있으나 양변기 보급률이 지나치게 낮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시골에서 자란 50·60대는 푸세식 화장실을 경험한 세대다. 학교 화장실은 외지고 어두컴컴하고 냄새가 진동하는, 기분 나쁜 장소였다. 학교마다 빨간 손과 검은 손, 노란 화장지 등의 화장실 괴담이 유령처럼 떠다녔다. 시골 학교에 부임한 교사들도 재래식 화장실에 적응하지 못해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경기도 내 각급 학교 화변기를 양변기로 바꾸려면 2천700억원이 필요하다는 추산이다. 내년 편성 예산은 850억원 수준이다. 3~4년은 더 불편함을 참고 견뎌야 할 형편이다. 어린이를 유난히 좋아했던 '미스터 토일렛' 선생님 심기가 편치 않을 듯하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