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건물 형태로 조립·설치·철거가 손쉬운 모듈러 교실 도입에 학부모들이 반대 입장(3월 2일자 7면 보도=개학 앞두고 학부모 반대에 부딪힌 '경기도 모듈러 교실')을 보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모듈러 교실이 일반 컨테이너와 다를뿐 더러 안전성에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다만 모듈러 교실이 어떤 구조물인지 충분한 설명 없이 도입하면서 반발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공론화 과정이 생략된데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모듈러 교실은 건물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뒤 학교 현장으로 가져와 조립, 설치작업을 거쳐 완성하는 가건물이다. 학교 노후건물을 개선하는 교육부의 '그린스마트 사업'이 시작되면서 노후 학교들에 대한 리모델링 공사기간 동안 사용될 예정이다.
설치와 철거가 쉬워 신도시의 학교 밀집도를 낮출 대안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평택 용죽초, 서재초 등 경기도내 곳곳에 모듈러 교실이 설치됐지만 안전을 이유로 번번이 학부모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용죽초 학부모 정재윤씨는 "학부모 2명이 모듈러교실 2층에서 뛰니 건물이 흔들렸다. 아이들을 이런 가건물에 내모는 행위는 살인행위와 다름없다"며 "설치 전 학부모의 의사를 묻지도 않았고,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받지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단열재·내화재 등 동일 사용 규정
교육부·소방청 협약 완공검사 의무
설치 전 학부모에 공론화 과정 필요
하지만 전문가는 모듈러 교실은 컨테이너와 다르며, 일반 학교와 동일한 안전성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봉호 아주대 건축학과 교수는 "컨테이너는 건축법을 따르지 않아도 돼 단열재, 내화재가 없다. 반면 모듈러건물은 건축법에 따라 시공해 일반 건물과 단열재, 내화재를 똑같이 넣어 안전하다"며 "미리 공장에서 만들어 와 컨테이너와 모양만 비슷할 뿐, 안전이나 성능은 일반 건물과 같다. 특히 교육부가 학교용 모듈러 교실은 임시로 쓰여도 일반 건물처럼 인허가를 받게 했다"고 말했다.
모듈러교실은 가설 건축물이기 때문에 별도의 안전 기준이 없지만, 교육부는 소방청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모듈러 교실에 대해서도 일반건물처럼 완공검사와 안전 관리를 받도록 했다.
다만 설치 전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학부모들이 모듈러교실을 직접 보고 설명을 들을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는 것이다.
안용한 한양대 에리카 건축학부 교수는 "학부모님들이 오해하는 이유는 제대로 설명을 들은 적도, 눈으로 본 적도 없기 때문"이라며 "설치 전 시제품을 미리 보고 설명을 듣는 자리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모듈러교실 입찰과정에서 비전문업체가 난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모듈러 교실의 입찰 방법은 두 가지다. 각 학교·교육청이 직접 입찰 공고를 내 기업을 선정하거나, 정부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나라장터'에 등록된 기업들 중 선택해 구매·임대할 수 있다.
교육부는 조달청과 '임시학교 건물 임대서비스' 계약을 체결해 작년 12월부터 나라장터를 통해 모듈러 교실을 공급하기로 했다. 모듈러교실은 생산업체가 적고 컨테이너와 비교해 가격이 높은 탓에 '특정 업체 밀어주기'로 보일 우려가 있다는 각 학교·교육청의 건의를 받아들여 새로운 공급책을 마련한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 등록된 업체는 4개이며, 조달청이 요구하는 조건만 만족하면 어떤 업체든 들어올 수 있도록 열려 있다. 앞으로 업체는 늘어날 것"이라며 "업체가 없고 가격이 비싸 각 교육청·학교가 별도로 발주하기에 부담이 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수월한 공급 기반을 마련하는 측면에서 만들어진 제도"라고 설명했다.
밀어주기 방지 '나라장터' 선정 방식
명확한 성능 기준 확인 시스템 요구
이 과정에서 여러 기업들이 난립하며 결국 모듈러교실의 질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안용한 교수는 "나라장터를 통해 임대하다 보면, 비전문 기업들이 난립하거나 영업을 통해 등록하는 경우도 생겨날 수 있다"며 "명확한 성능 기준이 필요하고, 그 기준을 각 교육지원청에서 발주하고 받을 때 확인하는 프로세스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조달청은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만 나라장터에 등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건축 구조기술사가 날인한 구조 계산서나 내진설계 확인서를 제출해야 하는 등 구조나 안전성능을 갖춘 기업만 등록할 수 있다. 안전요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아예 통과도 할 수 없다"며 "수준 미달 교실이 들어올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