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2301000993000049411

한국 축구사의 거목 차범근(69)이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할 당시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SV 다름스타트 팀에서 입단 테스트를 요구하자 '국가대표 선수가 자존심도 없느냐'고 꼬집으면서 국가 망신이라고 비난했다. 언론은 '광부나 간호사처럼 돈 벌기 위해 나라를 등졌다'거나, '어린이들 우상을 볼 수 없게 됐다'는 등 부정적 기사를 쏟아냈다. 대한축구협회는 A매치에 팀 훈련도 제대로 안 한 선수가 뛸 수 없다고 반대했다. 1년마다 방한해 친선경기를 하라는 황당한 요구도 했다.

난관을 뚫고 단신으로 건너간 차범근은 1989년까지 10년 넘게 분데스리가에서 뛰며 최정상급 선수로 활약했다. 100m를 11초2에 주파하는 특급 스피드와 우월한 체력을 바탕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며 정규리그 통산 98골을 기록했다. 현재도 깨지지 않는 외국인 선수의 대기록이다. 팀을 2차례 옮겼으나 끝까지 11번을 달고 뛰었으며, 2차례 UEFA컵을 들어 올렸다. 태극마크를 달고 136게임에 나서 58골을 기록했다. 만 24세에 센추리클럽(A매치 100게임 출전 선수)에 가입했다.

손흥민이 아시아인 최초로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021~2022시즌 득점왕에 올랐다. 23일 자정 노리치 시티와 시즌 최종전에서 후반 2골을 몰아쳤다. 한때 단독선두에 올랐으나 경쟁자인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가 교체 출전해 1골을 넣으면서 공동수상자가 됐다. 소속팀 토트넘은 5-0으로 승리, 아스널을 제치고 리그 4위를 차지해 3년 만에 유럽챔피언스리그(UCL)에 복귀했다.

흥행 규모로 EPL은 NFL(미식축구 프로리그), MLB(미 프로야구 리그)에 이은 3대 프로리그로 평가된다. 스테판 커리가 뛰는 NBA(미 프로농구리그)도 발아래다. 유럽 5대 축구리그(영국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가운데 시장 가치가 가장 높다. 최고 수준의 무대에서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은 월드클래스 반열을 넘어 슈퍼스타로 인정받을 전망이다.

차범근과 손흥민은 빠른 발에 양발을 잘 쓴다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페널티킥 득점이 드물다. 살라는 5골이 페널티킥 득점이나, 손은 23골 모두 필드골이다. 만 30세인 손의 기량이 절정을 맞았다. 3~5년은 전성기를 구가할 전망이다. 시차 때문에 새벽잠과 바꿔야 하는 게 걱정거리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