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지방선거에서 남경필 새누리당 후보와 김진표 새정치연합 후보가 맞붙은 경기지사 전은 살얼음 승부였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김 후보(51%)가 남 후보(49%)를 2%P 앞설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JTBC는 남 후보(52.5%)가 김 후보(47.5%)를 5%P 앞설 것으로 봤다. 개표 초반엔 남 후보가 앞서갔으나 김 후보가 추격하면서 승패를 종잡을 수 없었다. 손에 땀을 쥐는 승부는 새벽 5시가 넘어서야 윤곽이 잡혔다. 남 후보의 1.2%P(4만3천157표) 차 신승이었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전은 헌정 사상 최고의 명승부로 꼽힌다. 투표함이 열릴 때마다 엎치락뒤치락,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와 민주당 한명숙 후보 순위가 바뀌었다. 개표 초반 오 후보가 앞섰으나 밤 11시께 한 후보가 뒤집어 새벽까지 수천 표 차이로 앞섰다. 하지만 개표가 끝난 아침 8시 30분, 최종 승자는 오 후보였다. 불과 0.6%P(2만6천412표) 차다.
개표방송의 백미(白眉)는 출구조사 발표 순간이다. 예정시각 1분 전,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면 시청자들은 TV 화면에 집중한다. 마침내 후보, 정당별 예상 득표율이 발표되고 탄식과 환호가 교차한다. 방송 카메라는 정당 표정을 스케치하고 서로 다른 반응을 전한다. 이어지는 개표 상황은 맥이 빠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오차범위 내 박빙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관외자 투표, 사전투표, 본 투표에 따라 득표수가 달라지고 순위가 뒤바뀐다. 새벽녘까지 이어지는 진땀 승부에 잠을 이루기 힘들다. 눈은 절로 감기는데 귀가 닫히지 않는다. '잠 도둑' 개표방송의 마력(魔力)이다.
6·1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인 경기도는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후보의 막판 대역전극으로 끝났다. 개표 이후 줄곧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에 밀렸으나 새벽 5시 32분 역전해 0.15%P(8천186표) 차 승리했다. 개표 막바지 사전 선거 투표함이 열리면서 승패가 갈렸다. 경기지사 선거 사상 최소 격차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안갯속 박빙 승부는 뒤풀이 별식이다. 밤샘 전투가 끝난 새벽녘, 선지 듬뿍한 해장국이 제격이다. 유권자들은 '토끼 눈'을 부릅뜨고 다시 일상으로 스며든다. 2년 뒤 다시 총선이다. 그날 우리는 투표를 하고 출구조사를 지켜보고, TV 앞에서 또 밤을 지샐 것이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