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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산유 부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적인 통치자는 국왕이 아닌 무하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37)다. 2015년 형의 사망으로 왕위를 계승한 아버지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은 86세 고령으로, 아들에게 실권을 넘겼다. 빈 살만의 공식 직함은 왕세자 겸, 제1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이다. 1천246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재산을 소유하고 있으며, 영국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 FC 구단주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절대권력을 지닌 젊은 지도자를 곱지 않게 본다. 사우디 정보당국 전직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빈 살만은 '사이코패스(반 사회성 성격장애)'이며 2014년 당시 삼촌인 사우디 국왕을 죽일 수 있다는 말을 했다"고 폭로했다. 빈 살만은 2018년 사우디 출신의 워싱턴포스트 소속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납치·피살된 사건의 배후로도 지목됐다. 왕실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던 그의 죽음을 조사한 유엔과 미 정보 당국의 추론이다.

6천억 달러(754조원) 규모의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후원하는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가 9일 영국 런던 센추리온 골프클럽에서 첫 대회를 열었다. 전(前) 세계 1위 더스틴 존슨(미국), 필 미켈슨(미국),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 재미교포 케빈 나 등 48명이 나섰다. '헐크'라 불리는 장타자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와 2018년 마스터스 우승자 패트릭 리드(미국)도 곧 합류할 것이란 보도다.

LIV의 올해 총상금은 8개 대회 2억5천500만달러(3천201억5천만원)이다. 47개 대회 총상금 4억8천260만달러(6천66억원)인 PGA투어에 밀리지만 회별 상금은 LIV가 월등하다. 프로골프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꿀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슈퍼스타급 골퍼들이 줄지어 무대를 옮겼으나, 타이거 우즈는 10억 달러(1조2천565억원)나 되는 초청비를 거절하고 자존심을 지켰다.

LIV 골프 창설을 주도한 빈 살만은 오일달러를 앞세워 PGA냐, LIV냐 윽박지른다. 미국과 영국은 자신에 대한 의혹을 스포츠 산업으로 덮으려 한다고 비난하나 선수들은 돈의 유혹에 흔들리고 있다. 시비(是非)를 떠나 100년 넘는 PGA 역사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