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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정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여름 날씨처럼 한낮 기온이 25도가 넘도록 오르더니 다시 찬 바람이 부는 날이 반복되고 있다. 비가 온 후 하늘을 뒤덮은 미세먼지와 황사로 숨을 쉬는 것도 쉽지 않은 날들이다. 반소매를 꺼내입다가 다시 두툼한 옷으로. 옷장 앞 고민의 시간이 길어졌다. 갑작스레 따뜻해진 날씨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꽃들이었다. 지난해보다 2주 정도 일찍 꽃이 피었는데, 1922년 관측 이래 역대 두 번째 빨랐다고 한다. 지역마다 준비되던 '벚꽃 축제'는 일찍 피고 진 꽃들로 인해 주인공이 사라진 축제로 치러졌다. 갈수록 봄의 시간은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고 있다. 해마다 최고를 갱신하는 기온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날씨 때문이다. 폭염, 폭우, 태풍, 미세먼지, 황사, 한파, 가뭄 등 일기예보 속 위기를 설명하는 말들이 너무 익숙해진 우리는 지금 기후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문제는 위기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최근 발표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6차 보고서는 2040년 내에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이 1.5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구 표면 온도 상승 폭이 1.5도를 넘어서면 지구는 더욱더 빠른 속도로 뜨거워지고, 그에 따른 기후 재난의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얼마 전 기상청이 공개한 '지역별 기후변화 전망'에서도 온실가스를 현재와 비슷하게 배출 할 경우 60년 후에 부산, 제주 등 남부지역의 '겨울이 사라진다'고 예측했다.


기후 위기로 피해 입고 있어
'함께 살기위해 해법 필요' 요구


위기는 먼 미래가 아닌, 바로 지금 세대의 삶을 관통하고 있다. 위기가 현재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문제라면, 대응 역시도 '지금 당장'이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내놓은 탄소중립 계획은 산업계 감축 목표치를 줄여주고, 전체 감축량의 75%를 다음 정부로 떠넘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후 문제를 책임져야 할 이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차기로 떠넘기는 계획을 살펴보면 과연 이 정부가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답답한 상황이다. 핵발전 확대만을 앞세우고, 무분별한 개발을 통해 오히려 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거대한 산업과 자본 중심적인 정부의 무계획 속에서 우리의 미래는 더욱더 암울하게 그려지고 있다.

이런 정부에 맞서 시민들이 직접 행동을 준비 중이다. 기후 위기의 현실을 누군가의 손에 맡겨두는 것이 아닌 스스로 헤쳐나가기 위한 움직임이다. 기후 위기 최일선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불평등을 없애는 것. 기후정의를 실현하도록 정부에게 요구하기 위해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일 예정이다. 변화하는 날씨로 인해 농작물 재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 이전 세대가 파괴한 지구의 환경에서 더 오래 살아남아야 할 어린이 청소년,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는 노동자 등 기후 위기로 피해를 입고 있는, '함께 살기 위해 해법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모두가 오는 14일 세종으로 향한다. 기후 위기를 가속화하고, 자본을 위한 개발사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기재부, 산자부, 환경부 등 정부 부처가 모여 있는 곳에서 기후 위기의 절박함을 담아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계획이다. 속도 경쟁과 경제 성장이 아니라 조금 더디 가더라도 생명과 사람을 바라보라는 절절한 외침이다.

농민·노동자 등 14일 세종 집결
정부 부처 모여 있는 곳에서
절박한 시민 목소리 전달할 계획


구테흐스 UN사무총장은 인류가 이미 살얼음 위에 서 있으며 앞으로 10년, 기후 행동에 따라 인류의 존폐가 달려 있다고 경고했다. 모두가 함께 행동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미래를 생각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지난해 여름 쏟아붓던 폭우가, 몇해 전 여름 지속되었던 열대야 밤이, 미세먼지가 뿌연 잿빛 하늘이, 비가 오지 않아 말라가던 산에 번지던 산불들이 이미 우리에게 수많은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자연이 보내는 신호를 외면하던 인류에게 위기가 가까워지고 있다. 곳곳에 활짝 펴 한없이 예쁜 꽃들을 보며 어쩌면 올해 우리가 만난 봄이, 앞으로 우리 생에 가장 긴 봄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 간다. 우리의 봄이 더 짧아지지 않도록 봄과 꽃을 위한 파업에 많은 시민들이 함께하길 바란다.

/안은정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