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청 소재지 발표를 계속 늦추고 있다. 애초 예상되던 발표시점(4월13일자 1·3면 보도=재외동포청, 인천·서울 2파전 尹心 어디로… 지역민 '부푼꿈')에 임박해 외교부가 동포들의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겠다며 또다시 발표를 미룬 모양새인데, 인천 지역사회에선 재외동포청 소재지를 정부서울청사로 굳히고자 하는 명분 쌓기 작업이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16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재외동포청 신설 후보지는 인천과 서울로 좁혀진 상황이다.
재외동포사회의 미래 발전 가능성을 더욱 키우기 위해선 재외동포청이 서울이 아닌 인천에 설치돼야 한다는 게 여러 재외동포단체와 인천 지역사회 주장이다. 재외동포청 소재지가 '서울이냐 인천이냐'의 문제는 결국 '현상 유지냐 미래 지향이냐'를 선택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정부, 소재지 선정·발표 계속 미뤄
정부서울청사行 '명분쌓기' 시각도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거의 모든 국가 기능이 집적화해 있으며, 경제단체를 비롯한 재외동포들의 비즈니스 장소도 서울에 몰려있다. 재외동포청 소재지로 서울을 선호하는 동포들은 '수도'임을 방점에 둔다.
그러나 재외동포청의 서울 설립은 이미 '꽉 차고 완성된 도시'에 중앙행정기관 한 곳이 더해지는 의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게 동포청 소재지로 인천을 주장하는 전문가들 얘기다. 서울에 재외동포청이 입지한다면 행정 서비스를 수행하는 서울의 여러 정부기관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인천 지역사회는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는 전 세계 재외동포사회의 가치를 복원하고 미래 발전을 도모할 기회"라고 주장하는데, 그 근거는 '서울 입지론'보다 훨씬 두텁다.
우선 인천시는 재외동포청 입지를 연계해 재외동포 정주·경제 인프라를 새롭게 조성할 계획이 있다. 앞으로 재외동포 네트워크를 통한 국가적 투자 유치와 국제 비즈니스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영종도와 강화도 남단 등에 글로벌 기업과 국제기구를 유치하는 이른바 '뉴홍콩시티 프로젝트'다.
'초국적 통합·교류의 장' 필요 진단
인천시, 입지 연계 정주 인프라 조성
기존 정부 재외동포 정책은 '한인 정체성 형성'이 중심이다. 냉전체제를 거치며 단절됐던 중국과 러시아 등 북방의 재외동포들과 한국사회를 연결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올해 6월 출범할 재외동포청은 기존 국가정책을 넘어선 '초국적 정체성 통합·교류의 장'이 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김수한 인천연구원 경제환경연구부 연구위원은 "앞으로 강한 초국적 정체성을 갖는 차세대 동포들이 증가하면서 그들이 교류하고 통합할 수 있도록 돕는 재외동포청의 역할이 요구된다"며 "공간적으로 꽉 찬 서울보다는 차세대 재외동포들을 위한 국제도시 인프라와 미래 발전 가능성을 본다면 동포들에게도 인천이 최적지"라고 말했다. 이어 "인천은 재외동포 네트워크를 소중히 여기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했다.
인천은 오래전부터 동포들을 환대할 준비를 해왔다. 1902년 우리나라 최초 공식 이민 출발지인 인천시는 2008년 국내에서 유일한 한국이민사박물관을 개관했다. 인천의 문화다양성을 상징하는 '디아스포라영화제'도 11년째 이어가고 있다.
외교부는 재외동포 의견 수렴 작업을 거쳐 조만간 재외동포청 소재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 활동에 참여한 지역 인사는 "동포청 신설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한 달 이상 지났고, 당정 협의까지 마치고 소재지 발표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의견 수렴 작업을 한다는 점이 석연치 않다"며 "기계적 설문이나 의견 조회가 아닌 당위성을 따져보는 심도 있는 토론이 애초에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