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아트플러그 연수'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충돌:포르쉐와 덤프트럭'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충돌'에 관한 이야기다.
아트플러그 연수는 2021년 문을 연 연수구의 기초문화재단인 연수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레지던시 공간이자 전시공간이다. 이 공간이 자리한 연수구는 지난 1995년 인천 남구(현 미추홀구)에서 분리된 기초 자치단체이다.
아트플러그 연수는 이번 전시를 통해 연수구의 지역성을 다뤘다. 도시가 가진 다양한 특성이 서로 '충돌'을 빚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전시 서문의 설명을 빌리면, "공구로 불리는 송도국제도시, '단지'로 불리는 1기 신도시, '마을'로 불리는 원도심이 각각의 장소성을 내세우며 '충돌'하는 곳이 연수"다.
현대미술관 22명 소장作·지역작가 6명
인 비트윈·엑스트라 콘트라스트 2개 주제
'물고문'·'인화루 테크노파크로' 등 눈길
'충돌:포르쉐와 덤프트럭'전은 조습·임수진 등 22명의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작품과 나오미·황문정·정정호·박진화·박문희·한소연 등 지역 작가 6인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이들 작품으로 충돌이 지닌 다양한 미학적 가능성을 탐색"해보는 'IN BETWEEN'과, "로컬을 횡단하며 연수라는 지역성에 내재한 충돌의 잔재를 응시"하는 'EXTRA CONTRAST'이다. 'IN BETWEEN' 섹션은 각각 '충돌의 기억', '충돌의 미학', '충돌의 재구성'이라는 소주제로 다시 나뉜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처음 맞이하는 주제는 '충돌의 기억'이다. 작가 특유의 유머와 야유가 뒤섞인 연출 사진을 선보이는 조습의 '물고문'과 안성석의 포토 몽타주 '지금 기억-수원, 부산, 화성' 등이다.
개인적으로 이 섹션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칸과 오스카에서 상을 휩쓴 봉준호의 영화 '기생충'에서 영감을 얻어 완성된 박진화의 '우리는'과 개발에 의한 특정 장소의 변화를 기록·관찰해 도시풍경화를 그려온 이문주의 '건설근로자', 추상 미술의 전형성을 비트는 평면 작업을 선보인 박은태의 '몬드리안 비계' 등이다. 전시의 핵심 키워드인 '충돌'을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연수구'와 '개발', '건설' 등의 단어는 떼려야 뗄 수 없다. '연수·선학지구' 아파트 단지는 1기 신도시로 불리고 있고, 송도국제도시는 여전히 개발 진행 중이다. 몬드리안의 추상화를 연상케 하는 '아시바'를 타는 노동자의 뒷모습과 건설 현장의 고된 노동 후에 새참을 먹고 있는 노동자들의 모습, 지하와 지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해 떠도는 듯한 공허한 인간의 모습 등 그럴듯한 신도시의 이미지에서 떠올리기 힘든 이미지들이 드러내고 있는 인상은 특별했다.
지역 작가 4인의 섹션 'EXTRA CONTRAST'에도 한동안 발길이 머물렀다.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모습을 연필과 종이로 그려낸 '인화루 테크노파크로', '관념도시화' 등의 작품과 바다를 매립·확장한 송도신도시 아파트의 이미지를 평면(천)에 추출했으며, 여기에 동작을 가미한 설치작품 '버티컬 아파트', 옛 송도유원지의 동물에서 착안한 작업인 나오미의 '송도유원지', 연수구 중고차매매단지를 다룬 작업 '아라베스크' 등도 흥미로웠다.
이주경 연수문화재단 예술진흥팀 차장은 "아트플러그 연수가 기획한 3번째 전시로, '연수'를 대표하는 '기표'로서 포르쉐와 덤프트럭을 사용한 전시 제목을 정했다. 이번 전시가 연수의 지역성을 더 내밀하고 또 광범위하게 읽어내는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또 지역에서 관람하기 번거로운 국립현대미술관의 작업을 지역에 선보이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시회는 7월 16일까지 진행된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