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2회 새얼아침대화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가 14일 오전 인천 송도국제도시 쉐라톤 그랜드 인천호텔에서 열린 새얼문화재단(이사장·지용택) 주최 제432회 새얼아침대화에서 '한국 사회, 디지털 폭식의 양상과 대안'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3.6.14 /새얼문화재단 제공

"우리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글, 이미지를 자동으로 만들고 궁금한 것을 물으면 답을 주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부족했습니다."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디지털문화정책전공) 교수는 14일 쉐라톤 그랜드 인천 호텔에서 열린 새얼문화재단(이사장·지용택) 제432회 새얼아침대화 연사로 나와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디지털 폭식 사회'를 저술한 이광석 교수는 이날 '한국 사회, 디지털 폭식의 양상과 대안'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기술 만능주의가 팽배한 현실 속에 그동안 두드러지지 않았던 어두운 측면을 짚었다. 디지털 폭식이란 이용자가 인공지능, 알고리즘, 플랫폼 등 여러 기술에 의존하면서 이들 기술이 가진 명과 암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을 의미한다.

이광석 교수는 디지털 기술에 관한 비판적 시각이 부족한 배경에 대해 산업화 시기 디지털 기술 발달이 가져다준 경제 성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강의 기적'으로 명명되는 우리나라 제조업 기반의 압축적 근대화를 이끈 이면에는 디지털 기술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한국사회 디지털 폭식은 데이터가 성장 원동력이 됐다고 보는 시각이 주요한 탓"이라고 했다.

기술 의존 '디지털 폭식' 명암
하이테크, 자연 파괴로 이어져
'깨어있는 시민의 힘' 강조도


이광석 교수는 플랫폼이 이용자의 디지털 정보를 무분별하게 추적, 수집해 데이터로 변환하고 이익을 남기는 '감시 자본주의'가 도래하고 온라인 공간에서 전자화한 위계 구조가 고착화한다고 했다.

그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성장주의식 논의만 지속하면서 감시 자본주의에 의한 데이터 오남용, 인권 침해가 상존해 있다"며 "'카톡 지옥' 등 위계화한 디지털 소통 방식이 자리 잡으면서 이전에 없었던 정서적 사회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인공지능이 생성하는 가짜뉴스를 언급하면서 "기계가 몇 초 만에 재가공을 거쳐 데이터를 생성해 저널리즘과 이용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이광석 교수는 기술이 주를 이룬 하이테크 산업이 발달할수록 희토류와 같은 물질 자원 채굴이 증가해 결국 자연 파괴로 이어진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사회가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밀도 있게 들여다봐야 할 때"라며 "더 나아가 디지털 기술을 둘러싼 문제를 의제화해 드러내고 이를 제도화해 규제할 수 있는 방법론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용택 이사장은 강연에 앞선 인사말에서 최근 고조되고 있는 동아시아 신냉전 체제를 두고 "코로나19 사태 3년간 세상이 많이 바뀌고 세계 정치 지도자가 타협·정치로 하지 않고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나라를 지키는 힘은 정권이나 정치가 아닌 깨어있는 시민에게서 나온다"고 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