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시립미술관 '밀접한 사회'
오는 8월 27일까지 오산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되는 한·독 수교 140주년 기념 특별기획전 '밀접한 사회 展'.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코로나19 이후 사회 곳곳에 짙어진 각자도생의 흔적. 현대인들에게 오늘날 '빵(생존권)'과 '장미(참정권)'의 무게는 얼마나 더 무겁거나 혹은 더 가벼워졌을까. 윤종석 작가의 그림에 담긴 저울 위의 빵과 장미, 그리고 작품 이름 옆에 적힌 '0308(세계 여성의 날)'이란 날짜와 '밀접한 사회'라는 전시 제목은 한데 맞물려 의문을 자아낸다.

마스크를 벗어 던진 전염병의 끝자락에는 환대 대신 고립, 연대보다는 외로움이 익숙한 단절된 사회가 남았다. 어쩌면 이런 상황에서 사회를 이루는 가장 작은 요소인 '개인'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일은 고립됐던 시민들을 다시 연결해야 하는 '애프터 코로나19'를 맞이할 첫걸음인지도 모른다.

윤종석·케스틴 세쯔 등 시각적 향연 통해 '희망 메시지'
'관계' 키워드 지향점 작품들 선봬… 내달 27일까지

 

윤종석 '위대한 위산'
윤종석 '위대한 유산 0308(2021)'.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윤종석 '위대한 유산'
윤종석 '위대한 유산 0308(2021)'. 주사기에 아크릴 물감을 담아 하나하나 점을 찍어 작품을 완성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지난 6월부터 오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밀접한 사회 展'은 '관계'라는 키워드를 지향점으로 코로나19 이후 사회를 조망하는 전시다. 한·독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개최된 전시는 한국과 독일 여섯 작가의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2층부터 4층까지 연결되는 전시실 내 60여 점의 작품은 언뜻 봤을 때 파편적으로 벽에 걸린 듯 보이지만, 오히려 동선은 치밀하게 짜였다.

전시의 시작인 2층에서 구상에 가까운 그림으로 시작해 4층에서는 추상으로 다가가는 영상 예술로 마무리된다. '개인'을 열쇳말로 삼은 여섯 작가의 작품은 하나로 모여 우리 사회가 밀접하게 연결됐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오산시립미술관 '밀접한 사회'
오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밀접한 사회 展' 2층 전시실 전경.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밀접한 사회' 케스틴 세쯔의 작품들
독일 작가 케스틴 세쯔의 작품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틈에서 우연성에 깃든'이란 주제로 꾸려진 2층은 윤종석과 케스틴 세쯔, 글랩 바스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 공간에서는 주사기를 사용해 점과 흘림 기법으로 캔버스를 장식한 윤종석 작가의 그림이 유독 눈에 띈다. 특히 작품명 옆에 날짜를 기재해둔 점은 주요 관람 포인트다.

'위대한 유산(2021)'은 3월 8일, '가려진 시간(2020)'은 6월 29일이라 명시해뒀다. 각각 세계 여성의 날과 삼풍백화점 붕괴 일이다. 작품을 관람하는 개개인들은 직·간접적으로 날짜와 연관된 저마다의 서사를 지니고 있기에 의미는 남다르게 다가온다.

오산시립미술관 '밀접한 사회'
오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밀접한 사회 展' 3층 전시실 전경.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박종규 '누스피어'
박종규 '누스피어(2023)'.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틈에서 적극적 탈주'라는 제목으로 펼쳐지는 3층과 4층에서는 베티나 바이스, 임정은, 박종규의 추상 작품들로 벽을 채웠다. 박종규는 기계의 정상적인 흐름을 방해하는 노이즈에서 착안한 작품을 만드는 등 전형성에서 벗어난 모습에 주목한다.

'누스피어(2023)'는 전형적인 반듯한 사각형의 틀에서 탈피해 틈을 만들어 새로운 가능성을 드러내는 나무 조각품이다. 그의 작품은 4층으로 올라가서는 영상 매체로 확장된다. 3분가량 펼쳐지는 '수직적 시간(2021)'은 수많은 원이 한꺼번에 폭포처럼 쏟아지는 시각적 향연을 보여준다.

박종규 '수직적 시간(2021)'
박종규의 영상 작품 '수직적 시간(2021)'.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개인을 도구로 삼아 코로나19 이후 현상을 조명하는 '밀접한 사회 展'. 결국 개개인들 사이에 자리 잡은 작은 틈을 통해 우리는 다시금 서로 밀접하게 뭉칠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역설한다. 전시는 오는 8월 27일까지 이어지며 관람료는 무료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