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역 등 다중밀집지역을 중심으로 '묻지마 범죄'(이상동기 범죄)가 발생하거나 범죄 예고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라오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인천도시철도는 인력 부족으로 2인 1조 근무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데다, 인천 2호선은 전 구간 무인화를 앞두고 있어 범죄에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인천교통공사에 따르면 인천 1·2호선 열차 내에서 흉기를 소지한 사람이 난동을 부리는 일이 적지 않게 벌어졌다.
최근 흉기 난동·온라인 살인 예고글
현재 인력 구조로 제압 쉽지 않아
인천시, 교통공사 증원·규모 등 검토
지난달 인천 1호선 동수역을 지나는 열차 안에서 흉기를 든 남성 A씨가 승객을 위협하며 난동을 부린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열차에 탑승한 인천교통공사 역무원의 하차 요구에 불응하면서 계속해서 소란을 피웠다.
A씨는 간석오거리역으로 출동한 경찰에 연행되면서 열차에서 강제 하차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의 흉기는 장난감 칼로 밝혀졌지만, 당시 열차에 타고 있던 시민과 역무원은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열차에서 흉기를 소지한 남성이 승객들에게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린 일들도 있었다. 지난 6월 인천 2호선 가정중앙시장역 역무원은 "열차 내에서 한 남성이 시끄럽게 소란을 피운다"는 관제 근무자 신고를 받았다. 이 남성 가방에서는 흉기가 발견됐다.

지난해 9월 인천 1호선 예술회관역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예술회관역 역무원이 행색이 수상한 B씨를 열차에서 하차시키고 목적지까지 동행했는데, B씨가 흉기를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중에 확인됐다. 지난 5일에는 인천 1호선 계양역에서 시민 20명 이상을 살해하겠다는 내용의 글이 온라인에 올라오기도 했다.
다중이용시설에서 흉기난동사건이 벌어지거나 온라인상 살인 예고 글이 잇따라 시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인천도시철도를 이용하는 시민들도 예외는 아니다.
인천 1호선으로 서울 직장에 출퇴근하는 김모(36)씨는 "지하철 내에서 휴대폰과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어떤 일이 발생하면 곧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주변을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며 "'이곳에서도 묻지마 범죄가 발생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심장이 쿵쾅거리거나 식은땀이 난 적도 있다"고 했다.
이상동기 범죄 등 돌발 상황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선 안전 인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게 인천교통공사 근무자들 설명이다. 인천도시철도 운영·관리 현장에 투입되는 인력은 1㎞당 24.7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적다. 인력 부족으로 사실상 2인 1조 근무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김현기 인천교통공사 노조위원장은 "현재 인적 구조로는 열차에서 난동 피우는 사람을 제압하거나 조처하기 어렵다"며 "특히 인천 2호선은 전 구간 무인화를 앞두고 있다. 승객이나 역무원 위급 상황 시 대처할 인력을 더욱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인천도시철도 범죄 예방·단속을 위해 인천교통공사 인력 증원 여부와 규모를 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 중 확정할 방침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우선 인력 확충이 시급한 인천 2호선 역무 쪽을 위주로 증원 방안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며 "서울시 등 다른 지자체에서 도입한 지하철 보안관 운영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