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대학교 중국·화교문화연구소,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 인천 서구청, 경인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랜선으로 떠나는 방구석 1열 중국 영화 여행' 시민강좌가 지난 25일 시작됐다.
첫 강좌를 맡은 박계화 인천대 중국학술원 연구교수는 이날 오후 3시부터 4시 30분까지 비대면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을 통해 '중국을 홀린 뱀 아가씨의 사랑'이란 주제로 영화 '청사' '백사1' '백사2'에 대해 강연했다. 이번 시민강좌는 다음 달 22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열린다. → 편집자 주
중국 4대소설 백사전 '청사·백사1·2'
인간적인 마음 배척당하는 가련함
끊임없는 소통·포용 현대적 가치
■ 다음은 강연요지
이번 강연에서는 중국 4대 민간 전설 중 하나인 '백사전'(白蛇傳)을 소재로 한 영화 '청사'(靑蛇·1993), 애니메이션 '백사1 인연의 시작'(2019)과 '백사2 청사의 시련'(2021)을 다룬다.
이를 통해 송(宋)대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회자되는 '뱀 아가씨' 백낭자와 인간 허선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어떻게 변용됐는지, 그리고 그 배경이 되는 도시 항저우(杭州)가 어떻게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중국 문화도시의 대표가 됐는지 살펴본다.
원래 민간 전설 속 백사는 요괴의 속성이 강하고 인간을 해치는 존재였다. 명(明)대 소설에서 백사는 천 년 동안 수련해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신했을 뿐 아니라 인간 허선과 부부가 돼 행복하게 살길 원한다.
그러나 요괴를 퇴치하려는 법해스님이 나타나 허선에게 백낭자의 실체를 알려주고, 그녀를 영원히 뇌봉탑에 가둔다. 이들의 안타까운 결말은 해피엔딩으로 변주되기도 하면서 다양한 희곡과 소설 작품으로 이어진다.
영화 '청사'는 백사의 시중을 드는 청어 요괴 소청을 푸른 뱀이 변신한 것으로 설정해 인간과 사랑에 빠진 언니 백사를 청사의 관점에서 이야기한 내용이다. 애니메이션 '백사1'과 '백사2'는 백사전 이야기의 전생과 내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시대가 바뀌고 다소 설정이 달라졌지만, 이들 이야기에 나오는 뱀 아가씨 백낭자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마음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되는 가련한 존재다. 현대 사회에서 남들과 다르다고 소외당하고 배척되는 인물을 대변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래된 것들은 영물이고 변신이 가능하다는 중국의 전통 사유를 전제하는 요괴와 인간의 사랑 이야기는 곧 소외된 약자에 대한 관심이다. 그리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타자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포용해야 한다는 현대적 가치와 이어진다.
백낭자와 허선이 처음 만나는 곳은 항저우의 아름다운 호수인 서호의 단교(斷橋)다. 항저우는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지상에는 쑤저우와 항저우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려한 경관과 풍부한 물자를 자랑한다. 중국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도시로 꼽힌다.
단교는 '백사전'으로 인해 더욱 유명해졌다. 백낭자가 갇혔다고 전해지는 뇌봉탑은 무너졌다가 다시 세워지는 우여곡절 끝에 지금도 석양이 아름다운 명소로 알려졌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