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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범 중앙대 아시아문화학부 명예교수가 지난 8일 비대면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열린 '랜선으로 떠나는 방구석 1열 중국 영화여행' 시민강좌에서 '색계와 대상해로 본 항일 그리고 흑사회'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인천대 중국·화교문화연구소 제공

인천대학교 중국·화교문화연구소,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 인천 서구청, 경인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랜선으로 떠나는 방구석 1열 중국 영화여행' 시민강좌의 세 번째 강의가 지난 8일 오후 3시부터 4시30분까지 비대면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으로 열렸다.

이강범 중앙대 아시아문화학부 명예교수가 '색계와 대상해로 본 항일 그리고 흑사회'를 주제로 강연했다. → 편집자 주

중일전쟁속 투사 영웅으로 묘사
'같은 동족'간 생사 건 살벌한 혈투
억울한 '한반도 무명열사' 돌아봐


■ 다음은 강연요지

영화 '대상해'(大上海·2012)는 일본 침략이 노골화되던 1920~1930년대를 배경으로 중국 상하이에서 위세를 떨친 흑사회 인물들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그들의 항일과 매국, 사랑과 갈등을 그려내고 있다.

이 영화는 일본이 일으킨 '77사변', 즉 중일전쟁이 발발한 후 상하이에서 일어난 항일 활동을 축으로 전개된다. 시종 영웅적 항일투사로 묘사되는 주인공 성대기(주윤발)는 당시 상하이 흑사회 3대 보스 중에서도 최고의 반열에 올라 300년 이래 최고의 청방(靑幇) 두목으로 추앙받던 두월생을 투영하고 있다.

이 영화를 보면 일본 침략자에 맞서는 중국인의 비분강개와 처절한 저항에 적지 않게 공감하고 동정할 수 있다. 또 당시 전쟁 와중에 기형적으로 퇴폐적 번영을 누리는 상하이 조계지의 역사적·사회적 분위기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영화 '색계'(色, 戒·2007)는 비교적 충실하게 사실을 반영했고, 영화사적 의미도 작지 않아 현대 중국에 관심이 있으면 꼭 보아야 할 작품으로 꼽힌다. 이 영화는 난징과 상하이가 배경이다. 이 영화는 친일 괴뢰정부인 왕정위의 소위 '중화민국국민정부' 정보부 76호 수장 정묵촌을 암살하려다 실패해 23살 나이로 순국한 정빈여의 실화가 바탕이다.

정묵촌은 항일에 나선 동족을 고문하고 죽이는 최선봉에 서 있었다. 그들을 둘러싼 모습들은 여러모로 식민지 조선과 겹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상하이를 무대로 펼쳐지는 생사를 건 살벌한 혈투의 대상이 모두 동족인 중국인이다. 총을 겨눈 상대가 젊어서부터 생사고락을 함께한 동창생이거나 직장 동료라는 점 역시 같은 시기 한반도의 비극과도 상당 부분 공명한다.

영화 전반부 홍콩에서의 암살 시도 부분은 원작 소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는 소설의 허구적 장치이며, 마지막 클라이맥스인 암살 시도 장소 역시 시베리아 모피가게에서 보석가게로 설정되는 등 각색은 있다. 그럼에도 대체로 충실하게 역사를 스크린 위에 펼쳐내고 있다. 특히 홍콩에서 상하이로 돌아온 뒤 전개되는 영화 중반부 이후는 상당 부분 사실과 부합된다.

영화 속 주인공 왕가지(탕웨이)는 대학생 신분이지만 일찍이 국민당 정보기구 중 하나인 '중통'에 가입한 정식 요원이었다. 점차 사지로 끌려 들어가는 주인공을 보면서 갖는 안타까움은 중통 지휘부의 무능과 겹치면서, 억울한 죽임을 당했던 수많은 한반도 무명열사를 새삼 다시 돌아보게 한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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