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0901000379100017101.jpg
인천 부평 2공장서 창원으로 배치된 노동자 중 한명이 숙소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되었다. 사진은 본문과는 관련없는 한국지엠 공장 정문 모습. /경인일보DB


"힘들어도 인천 갈 때까지만 버티자고 했는데…."

하루아침에 동고동락하던 이를 떠나보낸 동료들은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21일 한국지엠(GM) 창원공장 노동자 유성철(가명·58)씨가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은 지난해 11월 인천 부평 2공장이 문을 닫은 이후 창원으로 배치된 700여명의 노동자 중 1명이다. 처음 부평 2공장이 문을 닫을 때도 그는 "나는 아니겠지…"라며 애써 불안한 마음을 달래곤 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정년을 2년여 앞두고 지난해 12월 회사로부터 '창원행'을 통보받았다.

인천(부평)에서 약 400㎞ 떨어진 창원공장은 차로 5시간이 넘는 거리였다.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낯선 타지에서 가족과 떨어져 홀로 지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부평2 폐쇄 후 배치 700명 중 1명
예순 앞두고 가족 떨어져 홀로 생활


고인은 회사가 내준 경남 김해의 한 숙소에서 외롭게 생활했다. 잠자리는 불편할 수밖에 없었고, 혼자서 끼니를 제대로 해결할 리 없었다.

고인은 부평공장에선 출고장까지 차량을 운송하는 일을 했었다. 하지만 창원공장에서는 조립부에 배치됐다. 일이 좀처럼 손에 익지 않았다.

고인은 그나마 같이 창원으로 내려온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며 외로움을 덜었다고 한다.

일을 마치고 함께 술잔을 기울일 때면 "정년을 맞이해도 자식들 때문에 일을 그만둘 수가 없다"며 가족들을 지극히 생각했던 가장이었다고 동료들은 말했다. 그와 동료들은 "조금만 더 버티자"며 서로를 보듬었다고 한다.

고인과 함께 창원으로 배치된 한 동료는 "나도 올해 정년이라 적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서로서로 의지를 참 많이했다"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결국엔 가족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더라"고 기억했다.
 

고인은 몸도 성한 곳이 없었다고 한다. 평생 '기름밥'을 먹으며 얻은 손가락 통증은 창원에서도 그를 괴롭혔다. 고인은 "손이 자꾸 붓는다"며 얼마 전부터 재활치료를 시작했는데, 손에서 일을 떼지 않았다.

손가락 통증 불구 손에 일 떼지 않아
사인 심근경색 숙소서 골든타임 놓쳐


지난 21일 오후조 근무자였던 고인은 출근하지 않았다. 연락도 닿지 않았다. 동료들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급히 고인의 숙소로 달려갔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그렇게 정년을 앞둔 한 가장은 사랑하는 가족을 뒤로한 채 쓸쓸히 숨을 거뒀다. 사인은 심근경색으로 전해졌다.

"가족과 함께 살았다면 이렇게 황망하게 가진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이건 우리 생각이지, 회사에서도 그렇게 생각을 할까요?" 고인과 가깝게 지낸 또 다른 동료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