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부족 등으로 '의료 공백'이 현실화한 비(非)서울 지역의 의과대학 중심으로 의대 정원 확대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지역 의대 사이에서도 "20년 가까이 의대 입학 정원이 동결된 결과, 인구 대비 지역 배출 의사 숫자가 심각하게 적어 의료 붕괴 우려가 크다"며 정원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성균관대, 아주대, 차의과학대 등 경기도 내 3곳 의대(의학전문대학원 포함) 입학 정원은 지난 2006년 이후 18년 동안 동결돼 각 학교당 40명씩 총 120명에서 멈춰 있다. 이는 전국 전체 의대 정원 3천58명(40개 대학)의 3.9%에 불과한 수치다.
인구 대비 지역 배출 의사 부족 심각
3곳 정원 40명씩 120명서 동결 상태
"수급 불균형 공감대… 결단의 때"
2020년엔 노사정 합의 못넘겨 무산
이들 대학은 입학 정원이 동결된 사이 도내 인구가 꾸준히 증가한 것을 고려해 정원을 늘려 의료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는 요구를 줄곧 이어왔으나 20년 가까이 숫자는 요지부동이다.
경기지역뿐 아니라 비서울 다른 지역에서도 그동안 지역 의사 수급 문제가 의료 공백과 무관치 않다는 데 의견을 함께하며 의대 설립과 정원 확대 요구를 지속해 왔다. 최근 울산과 충북에서는 기존 의대 정원을 2배가량 확대해 달라는 내용의 건의문을 정부에 내는 등 움직임이 있었고, 의료취약지로 손꼽히는 의정부·포천 등 경기 북부 지자체들도 의대 유치에 발 벗고 나선 모양새다.
도내 한 사립 대학병원 관계자는 "지역 인구 증가로 병원 이용객이 늘어나는데, 의사 숫자가 부족해 대응하는 데 한계가 크다"며 "국립 의대 설립보다 기존 의과대학의 인프라를 활용해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공감대가 의료계에 쌓인 만큼 정부가 (정원 확대의)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택지 개발 등으로 지금보다 도내 의료 수요가 늘 수밖에 없는 점, 고령화에 따른 중증·만성질환자가 늘어나는 점 등까지 고려해 대비해야 한다는 게 지역 의대의 공통된 설명이다.
정부가 의대 정원에 대한 요구를 한사코 외면한 건 아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7월 당정 협의를 거쳐 2022년부터 연간 400명씩 10년 동안 의사 4천명을 양성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우선 과제가 있었고, 결국 보건의료 분야 노사정 합의를 넘지 못하며 무산된 바 있다.
이렇게 공전하던 논의는 보건복지부가 올해 초 의사협회 등과 의료현안협의체를 꾸리면서 재개됐고, 지난 8월 말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사회적 논의기구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가 구성돼 논의가 본궤도에 오른 모습이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거쳐 의료인력 확충이 미룰 수 없는 사안인 것에 대해 의견을 모았고, 단순 의사 부족 문제 해소를 넘어 필수의료 인력을 늘리는 데 대한 전반의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향후 논의 결과를 참고해서 정책 방향의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