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설비 미비… 위급신고 사각
소규모 상가 등 설치 규정 없어
"한밤 귀가시 불안" 의무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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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한강신도시 내 한 빌딩 지하주차장은 5년째 핸드폰 통신이 원활하지 않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2024.1.26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지난 26일 오전 10시께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한 상가건물.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3층 주차장으로 내려가자 핸드폰은 먹통이 됐다. 새로고침 버튼을 연달아 눌러도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지 않아 해당 페이지를 열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만 뜰뿐 전화조차 걸리지 않았다.

건물 1층에 위치한 카페 직원 송모(21·여)씨는 "핸드폰이 안 터지면 외부인이랑 아예 소통을 하지 못하다 보니,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걱정된다"고 말했다.

지나가던 행인들도 불안함을 내비쳤다. 건물 앞을 지나던 이모(24·여)씨는 "요즘 세상이 흉흉하다 보니까 주차장에서 누군가 갑자기 나를 납치하거나 찌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런 상황에 핸드폰이 안 터지면 경찰에 신고도 못하니까 위험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등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폭행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일부 상가건물 지하주차장에서 핸드폰 통신이 터지지 않아 불안하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위급상황에 발빠른 신고가 가능하도록 통신설비 설치와 관리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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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찾은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한 상가건물 지하주차장에서 핸드폰이 먹통이 된 모습. 2024.1.26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이날 오후 찾은 화성시 동탄2신도시의 한 상가건물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핸드폰을 들고 건물 지하 2층으로 내려가자 통신상태를 보여주는 화면 상단의 4칸짜리 안테나 표식은 간신히 1칸을 차지하고 있었다.

해당 건물 1층에서 혼자 배달전문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60·여)씨는 "지하에 차를 몰고 들어가는 순간부터 핸드폰 통화가 잘 안된다"며 "보통 밤 12시에 영업을 끝내고 돌아가는 데 불안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고 했다. 아이와 함께 귀가하던 박모(37·여)씨는 "전화가 잘 안 터지거나 연결이 불안정해 목소리가 잘 안 들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때마다 마음이 급해진다"고 말했다.

몇 년째 같은 문제가 발생함에도 방치된 곳도 있다. 김포 한강신도시 내 왕복 6차로 대로변에 위치한 한 빌딩은 5년째 지하주차장에서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이에 지자체에서 건축물 허가를 낼 때 통신설비 설치· 관리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아파트 등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은 중계기 등 이동통신설비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상가건물처럼 소규모 건물에 대해서는 규제가 없는 게 현실"이라며 "통신관련 민원은 지속적으로 들어오는 사항이다. 이동통신설비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