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희생자 (故)이태민군의 어머니 문연옥(52)씨는 지난달 말 팽목항을 지나는 도보행진에 참여하기 위해 집을 나서다 멈칫했다. 10살 터울인 태민군 동생이 문씨에게 건넨 말 때문이다. “엄마가 지금 가면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아요.”
문씨는 “아이 말을 듣는 순간,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집 밖으로 나선 가족들이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트라우마를 지닌 것 같았다”며 “이번 행진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 곁을 떠나지 않게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는 걸음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13일 오후 1시께 수원시 팔달구 모두다어울림센터 2층. 세월호참사 유가족 10여명과 시민 50여명이 둘러앉았다. 지난 2월25일 제주도에서 출발해 전국 도보행진을 이어가는 ‘세월호참사 10주기 전국시민행진단’이 이날 수원에 입성한 후 연 간담회 자리였다.
‘진실 책임 생명 안전을 위한 행진’이라고 적힌 노란색 조끼를 입은 참가자들은 세월호참사 10주기를 앞둔 소회를 나눴다. 누군가는 담담히, 누군가는 울먹거리며 입을 뗐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유가족들은 참사 당시 느꼈던 슬픔과 분노를 이야기하다, 이제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도 함께했다. 노란색 옷을 입은 사람들 사이로 보라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었다. 이태원참사 희생자 (故)김의현씨의 어머니 김호경씨는 참사가 반복되는 현실이 참담하다면서도 함께 희망을 갖고 나아가자고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말했다.
김씨는 “오늘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니 10년 동안 얼마나 쓰러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했을지 가늠이 안된다”며 “최근 정부가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유가족들은 나락에 떨어진 기분이었는데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함께 나아가자”고 했다.
간담회에는 2018년 태양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도 자리를 지켰다. 그 역시 “참사 이후에도 이어지는 산업·시민재해를 막기 위해 함께 손 잡고 걷겠다”고 말했다.
‘이태원참사 진상규명법 제정’은 이번 시민행진단의 주요 요구사항 중 하나다. 세월호참사에 대한 국가책임을 인정하는 것에서 나아가 국가가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쏟으라는 취지다.
“참사 직후에는 세월호 인양만 되면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는데, 이후 참사가 반복되는 걸 보면서 생명안전보건법 제정 등 ‘안전사회’라는 보다 폭넓은 목표로 바뀌었다”고 유주호 수원 4.16연대 집행위원장은 부연했다.
앞서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전 11시께 수원역 문화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명안전보건법 제정’, ‘4.16생명안전공원 조속한 건립’, ‘사참위 권고 즉각 이행’ 등도 함께 촉구했다. 이들은 오는 15~16일 안산에서 서울까지 1박2일 행진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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