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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선의 신체시 '해에게서 소년에게'(1908)에 나파륜(拿破崙)이라는 한자식 이름으로 등장할 정도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세계적 인물이다. 헤겔은 나폴레옹을 가리켜 '백마를 탄 시민정신'이라 찬양했고, 프랑스 초대 총리였던 탈레랑페리고르는 "여러 세대 동안 살았던 인간 중 가장 놀라운 인물"이라 평했다. 프랑스 변두리 섬에서 태어나 황제에 오르고, 유럽과 세계의 질서를 바꾼 그는 괴테·베토벤·스탕달·플로베르·톨스토이 등 수많은 작가·예술인들의 작품에 영감을 주거나 작품의 주역으로 등장한다. 그에 관한 많은 일화도 전하는데, 그중 네잎클로버의 유래도 유명하다. 전투를 지휘하던 도중 발밑에서 네잎클로버를 발견하여 허리를 굽혀 따는 순간 바로 위로 총탄이 지나가 목숨을 건지게 되어 그때부터 네잎클로버는 행운의 상징이 됐다.

그런데 이런 위대한 인물도 하녀가 보기에는 참으로 평범한 보통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 부부싸움하고, 욕도 하고, 화장실도 가고, 늦잠도 자는 그저 그런 사람인데 어째서 수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존경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역사학자 토인비는 새롭게 출현한 종교의 지도자를 '후퇴와 귀환의 법칙'으로 설명한 바 있다. 아무리 뛰어난 영적 능력을 가졌어도 같은 동네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사람으로 보이기에 영적 지도자나 영웅은 일단 고향을 떠났다가 성공을 거두고 유명한 인물이 된 다음, 다시 고향에 돌아와 전도하거나 뜻을 펴게 된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이를 '예언자의 딜레마'라고도 한다.

'야대여소'로 끝난 이번 총선에서도 후보자들에 대한 잡음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미디어가 발달되지 않아 대중들에게 미지라는 베일에 가려져 있었던 예전의 정치인이나 셀럽들과 달리 요즘의 정치인들이나 연예인들은 발언과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공개되는 상황이다. 예전 같은 적당한 거리가 없이 셀럽들의 모습이 그대로 노출되어 유권자나 대중들은 이들을 '나폴레옹의 하녀'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번에 당선된 선량(選良)들은 국민들이 '나폴레옹의 하녀'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 말과 행동은 물론 공약의 실천에 더욱 신중해져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혈세만 낭비하는 비효율적인 공약들은 반드시 검증 절차를 거쳐 실행에 옮기지 못하게 해야 한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