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구역 확보제' 유명무실

영업 등록시 '차고지 증명서' 필수
수도권 높은 지가에 마련 어려움
거주지 인근 등에 불법주차 성행
차량과 충돌로 사망사고 유발도
4곳 뿐인 도내 공영차고지 '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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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수원시 권선구 경수대로 수원비행장 비상활주로 도로변에 화물 차량들이 불법 주차돼 있어 교통 안전사고가 우려되고 있다. 2024.4.22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최근 불법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은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지정된 주차구역을 확보한 후 운행해야 하는 화물차 등록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이천시의 한 도로에 불법주차된 14t 화물차와 부딪친 1t 트럭 화물차주가 숨지는 사고가 났다. 앞선 12일에는 부천시에서 오토바이 운전자가 불법주차 된 11.5t 화물차에 부딪혀 숨졌다. 이들 사고는 모두 운전자가 불법주차된 화물차를 새벽 시간에 들이받으면서 발생했다. 당시 운전자들의 시야 확보가 어려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따르면 운송용 화물차 운행자는 영업차를 지자체에 등록할 당시 지정된 주차구역을 표시한 '차고지 증명서'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수도권은 화물차가 많고 땅값이 비싸 본인 명의의 주차면을 확보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화물차주들은 주로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공동·민간 차고지를 서류에 등록하지만, 수익성이 중요한 민간업체는 도시 외곽에 차고지를 마련하는 경우가 많아 화물차주들이 이용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렇다 보니 화물차주들은 거주지 인근 공터나 사설 주차장 등을 이용하는 등 법적 기준만 면피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16년 차 화물차 운전기사 이모(60)씨는 "서류상으로 제출한 차고지와 다른 곳을 주차 공간으로 사용해 이중으로 돈을 지불하고 있다"며 "이마저도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반복돼 채 1년을 넘기지 못하고 다른 장소를 찾기 일쑤"라고 말했다.

그나마 일선 지자체가 경기도의 재정지원을 받아 건설·운영하는 '화물자동차 공영차고지'는 입지를 고르는 과정에서 '물류유발시설(산단) 개수', '화물차자동차 등록 대수' 등을 고려하기 때문에 화물차 기사들의 접근성이 높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경기지역에서 현재 운영 중인 공영차고지는 4곳(수원1·의왕1·화성2)뿐인 데다 이마저도 이미 포화 상태라 대책이 요구된다.

수원시 고색동에 위치한 화물차 공영주차장에서 만난 관리자 오모(60)씨는 "오늘 오전에만 주차장에 등록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4차례나 왔다"며 "대기인원을 400명까지만 받아둔 상태인데 2020년 9월에 신청한 사람이 아직도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예산이 한정돼 있어 1년에 한 군데뿐이지만 시·군에서 공영차고지를 건설하는 경우 공사비의 70%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이외에도 화물차 주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행량이 적은 곳에 밤샘주차를 가능하게 하는 등 시군에 관련 조례를 개정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