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제일건설 참여 배제 확인
하도급 비율 권고사항일 뿐 합법
전문건설협회 "무책임 태도" 지적
인천 송도국제도시 11공구 대규모 아파트단지 건설 과정에서 인천지역 업체들이 원천 배제돼 대한전문건설협회 인천광역시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1일 대한전문건설협회 인천시회에 따르면 인천 송도 11공구에 들어설 예정인 '송도자이풍경채 그라노블' 1·2·4단지 시공사 제일건설(주)가 인천지역 전문건설업체의 공사 참여를 배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아파트 단지는 지난 3월 분양을 마치고 이르면 이달부터 토목공사에 들어갈 예정인데, 제일건설이 자사 협력사와 수의계약을 맺고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시행사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사는 인천도시공사(iH)와 인천교통공사가 51%의 지분을 보유한 특수목적법인(SPC) 송도국제화복합단지개발(주)(이하 송도복합개발)다.
애초 송도복합개발은 제일건설을 시공사로 낙점하면서 인천지역 업체의 하도급 비율을 40%로 배정하도록 권고했다. 하도급 이행 계획서에도 지역업체 하도급 비율을 최소 30% 이상 보장하는 내용이 명시됐다. 하지만 공사 첫 단계부터 제일건설이 타 지역에 본사를 둔 협력사와 공사를 진행하기로 하면서 지역 건설업계의 반발이 커졌다.
지역업체 하도급 비율은 시행사의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시공사가 이를 지키지 않아도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대형 종합건설업체들이 인천에서 공사를 진행할 때 지역 업체들의 입찰 참여를 보장한 것과 달리 제일건설은 입찰 참여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 한 전문건설업체 관계자는 "제일건설은 인천에서 사업을 할 때마다 공사 금액 규모가 큰 토목이나 건축물 철근·콘크리트 공사는 협력사와 미리 계약하고 공사를 진행했다"며 "인천 업체들은 전기 배선이나 소방설비 등 공사 마무리 단계에서 소규모 일감을 받아온 게 전부인데, 이번에도 토목공사에 참여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고 했다.
지역 건설업계는 송도복합개발의 책임도 크다는 입장이다. 제일건설이 지역 업체 하도급 비율을 계획대로 지키는지 사전에 확인하지 않았고, 문제가 불거진 뒤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인천시회 관계자는 "송도복합개발을 찾아가 문제를 제기했으나 부서 간 책임을 떠넘길 뿐 나서지 않는 상황"이라며 "인천시 산하기관이 출자한 법인이 지역 건설산업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무책임한 태도만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도복합개발은 제일건설이 계획대로 하도급 비율을 이행하도록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송도복합개발 관계자는 "제일건설이 협력사와 토목공사를 진행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3개 단지 중 1개 단지라도 인천 업체가 공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그러나 이미 계약이 끝나 지역 업체 참여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철근·콘크리트 공사 등 앞으로 진행되는 공사 과정에 지역 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일건설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경인일보는 지난달 30일 제일건설 본사에 전화를 걸어 지역 업체 배제 이유 등에 대해 물었지만 공식적인 입장을 듣지 못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