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활 10여년… 자녀는 베트남에

경찰, 집안내 전기자전거 원인 추정

14일 오전 2시께 군포 당동의 한 다가구주택 1층에서 불이 났다. 2024.5.14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14일 오전 2시께 군포 당동의 한 다가구주택 1층에서 불이 났다. 2024.5.14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군포시 당동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난 불(5월14일 인터넷 보도=군포 다가구주택 화재…베트남인 1명 사망·1명 중상)로 부부 사이인 베트남 국적 30대 여성이 숨지고 남성이 크게 다쳤다. 한국에서 두 자녀를 낳고 밤낮없이 일해온 부부를 기억하는 이웃들은 갑작스런 사고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14일 군포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께 군포 당동의 3층짜리 다가구주택 1층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베트남 국적의 30대 여성 A씨가 숨지고, 30대 남성 B씨가 크게 다쳐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에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취재진이 이날 오전 10시께 찾은 화재 건물 외벽에는 화마의 흔적을 보여주듯 그을음이 가득했다. 불이 난 1층 유리창은 모두 깨져있었고, 창문 너머론 불에 탄 옷가지가 빨래 건조대에 널린 채였다.

이웃 주민들은 사고 당시 무언가 터지는 듯한 ‘펑’ 소리와 함께 검은 연기가 자욱했다고 전했다. 불이 난 집 위층에 사는 C(68)씨는 “새벽 2시쯤 가스가 폭발한 듯한 굉음이 들린 뒤에 비명 소리와 창문이 깨지는 소리가 연달아 났다”고 했다. 옆집에 거주하는 D(50대)씨 역시 “큰 소리가 나서 차 사고가 난 줄로만 알았다”며 “불길이 치솟진 않고 검은 연기만 1층 창문을 통해 계속 뿜어져 나왔다”고 말했다.

14일 오전 2시께 군포 당동의 한 다가구주택 1층에서 불이 났다. 2024.5.14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14일 오전 2시께 군포 당동의 한 다가구주택 1층에서 불이 났다. 2024.5.14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이 불로 숨진 A씨와 크게 다친 B씨는 부부사이인 것으로 파악됐다. 10여년 전 한국에 들어와 생활하던 이들은 지난 1월 서울에서 군포로 이사와 생활했다. 한국에서 낳은 6살, 2살 두 자녀는 현재 베트남에서 시부모가 키우고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해당 주택에 사는 주민들은 왕래가 잦지는 않았다면서도, ‘열심히 살던 사람’으로 이들 부부를 기억했다. 집 평균 평수가 39㎡(약 12평)에 불과한 이 주택은 인근 집들보다 시세가 저렴하고, 군포제일공단이 근처에 자리잡아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라고 한다.

부부의 부동산 계약을 맡은 공인중개사 조모씨는 “A씨가 평일 늦게까지 일하는 탓에 부동산 계약을 주말 오후에나 할 수 있었다”며 “계약을 하는 주말에도 일을 마치자마자 급하게 왔던 걸로 기억한다”고 했다. 이어 “비가 오는 날이어서 우산을 건넸었는데 오늘 (화재가 난) 건물 앞에 가보니 그 우산이 놓여 있었다”며 말끝을 흐렸다.

경찰은 이날 불이 집 안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자전거 배터리에서 시작된 것으로 잠정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가스밸브는 잠겨있었고 폭발한 배터리를 포함해 멀티탭에 배터리 10여개가 충전 중이었다”면서도 “멀티탭에서 화재가 먼저 시작한 건지, 아니면 배터리가 먼저 폭발한 건지 등을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한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