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개보수 사업 대상서 제외
용도 변경 안되는 '피트 공간' 이유
노후주택 대부분 해당 "탁상행정"

경기도 내 일선 지자체마다 공동주택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휴게시설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정작 열악한 환경에 놓인 이들이 오히려 지원 자격조차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경기도와 일선 지자체 등에 따르면 도는 지난 2021년부터 해마다 '공동주택 경비 및 청소 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휴게 여건이 열악한 공동주택 경비·청소 노동자들의 휴게시설 개선을 지원해 휴게권을 보장하고 노동 조건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휴게시설 한 곳당 최대 500만원(자부담 10%) 범위 내에서 휴게시설 신설 개보수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노후 공동주택의 경우 공간이 부족해 지하층 설비 유지·보수 등을 위해 마련된 '피트 공간'을 활용해 휴게시설을 임시로 설치·사용 중인 곳이 많은데, 이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실제 화성 지역의 한 공동주택 관리주체는 올해 1월 이 같은 지원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지원신청서와 사업계획서 등 관련 서류를 화성시에 제출했고, 이에 따라 시는 서류 검토와 현장 확인을 거쳐 지난달 해당 공동주택을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마지막 절차를 앞두고 급작스레 지원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았다. 휴게시설이 있는 공간이 피트 공간이라는 이유로 용도변경(행위 허가 및 신고)이 불가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해당 지역에서 이런 이유로 지원을 포기한 공동주택만 여러 곳이며, 구리시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도내 28개 지자체에서 총 392개 단지가 올해 지원사업에 신청 의사를 밝혔지만, 노후 공동주택 대부분은 이 같은 문제로 보조금을 지원받지 못할 전망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화성의 한 공동주택 관리소장은 "지하층 피트 공간에 임시 휴게시설 8곳이 있는데, 건강권은 물론 휴식권 보장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며 "이런 상황에도 피트 공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건 실상을 전혀 모르는 공무원들의 탁상공론적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화성시 관계자는 "피트 공간은 행위허가나 신고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피트 공간에 있는 휴게시설에 대해선 보조금을 지원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으나, 도 관계자는 "(피트 공간과 관련)현장에서 노후 공동주택의 어려운 점에 대해 들었고 의견을 모아 개선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상훈기자 sh2018@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