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어패류 신선도 날씨 등 영향
"추석까지 불황 이어질까 걱정"

수원시 영통구에서 실내 세차장을 운영하는 임모(34)씨는 하루 일과를 날씨 검색으로 시작한다. 올해 여름을 지배하고 있는 비소식이 끊기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임씨는 "직원 1명과 함께 일이 많을 땐 하루 12~13대를 세차했는데, 요즘엔 1대만 하는 날도 있다"며 "비가 종일 내리면 어차피 손님이 안 올 걸 아니까 직원을 일찍 퇴근시키고 하루 일을 접기도 한다"고 말했다.
임씨에게 남은 비 소식은 더 걱정이다. 날씨 구애를 덜 받는 실내 '디테일링 세차' 작업의 할인 소식을 기존 손님들에게 전하는 등 발버둥을 쳐보지만 반응은 뜨뜻미지근한 수준이다. 그는 "태풍도 오고 장마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렇다고 날씨를 어찌할 수 있는 게 없다보니 걱정이 사라지지 않는다"며 "가게를 차린 뒤로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이라고 하소연했다.
올해 여름 잦은 빈도로 시도때도 없이 내리는 비로 인해 세차 등 날씨 영향을 크게 받는 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관련 종사자들은 손 쓸 방법 없는 자연 현상이라는 점에 체념하면서도, 장마가 끝나길 바라며 '기청제' 지내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형편이다.
28일 기상청 기후통계분석에 따르면 올 장마는 이날까지 전국 평균 누적 강수량 기준 436㎜를 기록해 평년(286.9㎜)을 크게 웃돌았다. 무엇보다 올해 비는 시간당 강수량 100㎜ 이상 호우가 전국에서 8차례나 나타날 정도로 강도 측면에서 파괴력이 컸고, 특정 지역에 집중됐다 사라지는 양상을 반복했다. 거센 비가 내린 뒤 날씨가 개도 이후 기상 상황을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일상 속으로 파고든 것이다.
세차만큼이나 해산물을 다루는 음식점도 잦은 비 소식에 맥을 못추고 있다. 주된 재료인 회나 어패류의 신선도가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데다, '비가 오면 생선 맛이 떨어진다'는 통념이 사회에 크게 자리잡은 것도 원인이다. 손님이 예약을 잡더라도 갑작스런 비에 취소하는 경우도 다반사라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양시 석수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모(70)씨는 "비가 오기 시작하는 6월부터 손님이 적어지더니 7월에는 있는 예약도 취소되고 그야말로 '비수기'인데 올해는 더 심한 것 같다"며 "인건비 때문에 손님을 하나라도 더 받으려고 영업시간을 마냥 늘릴 수도 없고, 지금 상황을 봐서는 추석까지 불황이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