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5곳중 건국대 이어 두번째
상대적 낮은 변시 합격률도 영향
관계자 "인재 유출 대응책 모색"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지난해 입학생 10명 중 7명은 다른 대학 로스쿨에 진학하기 위해 이른바 '반수'를 하며 법학적성시험에 재응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이런 식으로 시험을 다시 치른 신입생이 절반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인재 유출에 대한 인하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지난해 인하대 로스쿨 입학생 55명 중 76.4%인 42명이 2024학년도 법학적성시험(LEET·리트)에 재응시한 것으로 집계했다. 전국 25개 로스쿨 중 건국대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법학적성시험은 로스쿨 수험생의 수학능력과 적성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매년 7월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이 시험을 주관한다.
올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소위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로 불리는 서울 상위권 로스쿨에 들어가기 위해 지난달 치러진 리트에 응시했다는 인하대 로스쿨 재학생 A씨는 "24학번 동기 중 60% 이상은 이번 리트를 본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는 "대형 로펌에 입사할 때 상위권 대학 로스쿨 출신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보니 다들 한 번쯤은 반수에 도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로스쿨 졸업생들이 변호사 등 법조계로 진출하기 시작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태평양, 세종, 율촌 등 매출액 기준 상위 10대 로펌의 입사자 2천350여명 중 서울·고려·연세대 로스쿨 출신은 1천673명으로 71.3%에 달한다.
경희대 등 일부 로스쿨은 반수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리트 시행 날인 지난달 21일에 학교 자체 시험을 치르기도 했다.
A씨는 "다른 학교는 리트 시행 당일에 학생들이 학교 시험을 보게 해 불응시하면 장학금을 주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며 "인하대는 리트를 재응시해도 불이익이 전혀 없어 학생들이 부담 없이 반수에 도전하는 것 같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인하대 로스쿨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입학생들의 '반수'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인하대는 지난해 변호사 시험 응시생 83명 중 40명이 합격해 48.2%의 합격률을 기록했다. 이는 전국 평균 합격률인 53%보다 낮고, 합격률 1위인 서울대(86.6%)의 절반 수준이다.
인하대 로스쿨 재학생 B씨는 "동기들 중에서도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높은 서울 상위권 학교의 강의나 커리큘럼을 원해 이번 리트에 재응시한 사람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인하대 로스쿨 관계자는 "리트 반수로 인한 인재 유출 가능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어 대응책을 마련하는 중"이라며 "재학생들이 애교심을 가질 수 있도록 기존 진로상담 교육을 강화하는 등 다양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이상우기자 beewo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