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돌보지 않고 오랜기간 방치
도내 곳곳 미관 해치고 악취까지
"손님들 항의" "계약 무르기도"
사유재산이라 임의철거도 어려워
지자체, 소유주와 지원 등 협의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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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망포동 상업지구 내 한 폐건물이 수년째 방치돼 악취 등의 민원이 빗발치는 가운데 29일 오전 해당 건물에 수풀이 우거져 있다. 2024.8.29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귀신 나올 것 같다고 계약 무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수원시 영통구 한 오피스텔 건물 1층 부동산의 공인중개사 김모(47)씨는 최근 임대차 계약을 하러 온 세입자가 실제 집을 본 뒤 도망간 사연을 전하며 불만을 토로했다. 바로 옆에 수년째 방치 중인 흉측한 폐가가 이 오피스텔 건물 2층 창문 밖으로 훤히 보였기 때문이다.

담쟁이덩굴과 제멋대로 자란 나무 등에 가려진 폐가 내부를 들여다보니 관리되지 않은 집기들이 너저분하게 쌓여 있었다. 오래된 쓰레기 악취와 거미줄 등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김씨 뿐만 아니라 주변 상인들도 폐가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다. 인근에서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김지윤(38)씨는 손님들로부터 "여기만 오면 고약한 냄새가 난다"는 항의를 받는다고 한다.

도심 한복판에 버젓이 방치된 흉가는 이곳 외에도 경기도 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용인시 수지구의 한 아파트 밀집지역 내에도 수년째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이 있다. 이 폐가는 집주인이 잠적한 상태로 건축물대장에도 기록돼 있지 않은 곳이다. 용인시는 해당 토지주에게 수차례 공문을 보냈지만 응답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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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수원 망포동 상업지구 내 한 폐건물이 수년째 방치돼 수풀이 우거져 있다. 2024.8.29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폐가 인근엔 놀이터와 학원가가 위치해 있다. 주민들은 어린이 안전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지만, 관할 지자체들은 별다른 해결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9년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을 발표해 지자체의 적극적인 문제 해결 권한을 부여했지만, 현실적으로 소유주 동의 없이 폐가를 철거한 사례는 거의 없다. 관리가 되지 않은 폐가라도 엄연히 사유재산으로 분류돼 함부로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자체장 권한으로 직권 철거도 가능하지만 철거명령 통지, 건축 심의, 이후 고지 기간 등 복잡한 절차가 수반되고 철거 예산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현행 지방세법상 토지세율은 주택세율보다 높게 책정되기 때문에 소유주 입장에선 폐가를 철거하는 것보다 내버려 두는 것이 경제적 측면에서 낫다고 판단, 지자체의 철거 명령에도 버티기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철거 비용 문제도 소유주가 폐가를 방치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일부 폐가 소유주들이 철거 명령을 어기고 이행강제금을 지불하면서까지 버티고 있는 이유다.

이에 지자체는 소유주들의 자진철거만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빈집 처리 예산이 1억4천여만원 있는데 한 채를 철거하는 데 평균 5천만원이 든다"며 "소유주와 협의해 지원비 2천여만원을 지원하는 방향이 지금으로선 가장 신속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